현대자동차그룹이 로봇 계열사 보스턴다이내믹스의 기업공개(IPO)를 서두르지 않을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상장 시점에 관심이 쏠리고 있지만 현대차그룹의 우선순위는 아틀라스 양산과 현장 투입에 있다. 2028년부터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실제 자동차 생산라인에 투입하고 미국에서 연간 3만대 규모의 로봇 생산능력을 갖추는 일이다.
14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의 한 고위 관계자는 보스턴다이내믹스가 2027년 IPO에 나설 가능성에 대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현재까지 보스턴다이내믹스의 구체적인 상장 시기나 목표 기업가치를 공식적으로 제시하지 않았다.
상장보다 먼저 필요한 것은 기술 시연을 실제 사업으로 연결하는 일이다.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로봇이 생산 현장에서 얼마나 안정적으로 일하고, 실제 생산성을 얼마나 끌어올릴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이를 대량생산과 외부 판매로 연결할 수 있는지도 향후 기업가치를 가를 핵심 변수다.
그 중심에 아틀라스가 있다.
현대차그룹은 2028년부터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 아틀라스를 단계적으로 투입할 계획이다.
초기에는 생산라인에 필요한 부품을 작업 순서에 맞춰 준비하는 시퀀싱 작업 등을 맡긴다. 이후 현장에서 데이터를 축적하고 성능을 검증한 뒤 2030년부터는 부품 조립 등 보다 복잡한 공정으로 적용 범위를 넓힌다는 구상이다.
로봇 생산도 같은 시기 본격화한다. 현대차는 2028년부터 미국에서 로봇 생산을 시작해 연간 3만대 규모의 생산능력을 구축할 계획이다.
연구실과 전시장에서 로봇의 움직임을 보여주는 단계를 넘어 실제 공장에서 만들고, 다시 생산 현장에 투입하는 단계로 넘어가는 셈이다.
현대차그룹이 가진 제조 기반은 이 과정에서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에는 이미 글로벌 빅테크와 스타트업이 대거 뛰어들고 있지만 대규모 제조 현장을 직접 보유한 기업은 많지 않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차와 기아의 글로벌 생산공장을 활용해 아틀라스의 대규모 운용 데이터를 직접 축적하고 실제 작업 능력과 생산성을 검증할 수 있다.
자동차를 대량생산하며 쌓은 공정 설계와 품질관리 경험까지 더해질 경우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로봇 기술을 제조 현장에 빠르게 접목할 수 있다는 점도 차별점이다.
현대차그룹이 올해 CES 2026에서 개발부터 학습, 검증, 양산, 서비스까지 연결하는 'E2E(End-to-End) AI 로보틱스 밸류체인'을 제시한 것도 이런 구상과 맞닿아 있다. 로봇 한 대의 기술력을 넘어 실제 산업 현장에서 쓰이는 제품으로 만들고 이를 하나의 사업으로 확장하겠다는 전략이다.
현대차그룹은 보스턴다이내믹스에 대한 지배력도 강화하고 있다. 그룹은 지난 7월 소프트뱅크가 보유한 잔여 지분 전량 인수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아틀라스의 개발과 양산, 실제 공장 투입까지 그룹 안에서 보다 긴밀하게 연결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다음 과제는 로봇 기술을 실제 사업으로 바꾸는 일이다. 2028년 공장 투입과 연간 3만대 규모의 로봇 생산능력 구축이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기술 시연에 강한 로봇 기업을 넘어 대량생산과 산업 적용 능력까지 갖춘 사업자로 한 단계 올라설 수 있다.
아틀라스가 실제 생산라인에서 생산성을 증명한다면 보스턴다이내믹스를 바라보는 시장의 평가도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