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추석 명절을 앞두고 물가 불안을 조장하고 세금을 탈루한 혐의를 받는 업체 41곳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무신사, 풀무원 등 의식주와 관련된 주요 기업들도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탈루 혐의 금액은 약 1조 원에 달한다.
지난 14일 국세청은 농축산물·가공식품·외식 프랜차이즈 등 먹거리 관련 업체 38곳과 패션잡화 등 생활 소비재를 취급하는 플랫폼 업체 3곳 등 총 41개 업체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사 대상은 농축산물 유통업체 23곳, 가공식품·외식 프랜차이즈·배달 플랫폼 16곳, 패션 플랫폼 2곳 등이다. 이 가운데 2곳은 코스피 상장사다.
먼저 배달 플랫폼 중 1곳은 국내에서 벌어들인 1조원대 수익을 모회사로 보내는 과정에서 국내에서 원천징수해야 할 1000억원대 세금을 내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또 해외 관계사에 업무지원 용역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부가가치세 매입세액을 부당하게 공제받은 혐의도 받는다.
국세청은 이와 함께 막대한 프로모션 비용을 입점업체에 수수료와 광고비 등의 형태로 전가한 정황도 확인하고 조사에 착수했다.
패션 플랫폼 분야에서는 무신사 등 플랫폼 업체 2곳이 조사를 받는다. 무신사는 높은 플랫폼 이용률을 이용해 입점업체에 높은 수수료율을 적용하거나 기습적으로 가격을 올려온 혐의를 받고 있다. 법인 명의로 고가 아파트를 임차한 뒤 사주가 개인적으로 거주하는 사익편취 행위도 드러났다.
풀무원을 비롯한 가공식품 업체 12곳도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국세청은 풀무원이 원재료비와 물류비 등 제조원가 상승을 이유로 최근 가공식품 가격을 대폭 올렸지만, 실제로는 국내외 특수관계법인이 부담해야 할 비용까지 제품 원가에 포함해 소비자에게 전가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른 가공식품 업체에서는 사주 자녀가 본부장으로 근무하는 해외 현지법인에 투자금 명목으로 거액을 송금해 역외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도 포착됐다.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는 사주 일가의 탈루 혐의가 적발됐다. 전국에 약 2000개의 가맹점을 둔 한 프랜차이즈 업체는 사주의 개인 지출을 가맹점주 지원 비용으로 처리하고, 사주 자녀가 지배하는 법인에 직영점을 무상으로 넘긴 뒤 재료를 낮은 가격에 공급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다른 가맹본부는 사주가 직원 명의로 가맹점을 운영하며 소득을 분산하고, 법인 명의로 대당 수억원에 달하는 고가 차량 3대를 취득해 사적으로 사용한 혐의가 조사 대상이 됐다.
최근 계란 수급 불안으로 가격이 급등하면서 이른바 '금란' 현상이 나타난 가운데, 담합으로 가격을 올리고 수입을 누락한 계란 농가 11곳도 세무조사를 받는다. 이들은 최근 3~5년에 걸쳐 수십억원대 수익을 축소 신고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밖에 참깨와 파인애플, 우돈계육 등을 수입하면서 할당관세 혜택 등을 받은 업체 가운데 허위로 경비를 부풀리거나 매출을 누락한 사업자도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국세청은 이번 조사를 통해 가격 인상의 근거가 된 생산원가가 적정했는지, 거래처와 정상적인 거래가 이뤄졌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방침이다. 사주 일가의 재산 형성 과정도 함께 점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