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것이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믿음이 일반적이다. 개를 키우면 산책으로 운동량이 늘고, 혼자 사는 이들은 외로움을 덜 느끼며, 의료기관 방문 횟수도 줄어든다는 게 통념이다. 학계에서는 이런 현상을 '펫 이펙트(pet effect)'로 부르고 있다.
그동안 개를 키우는 사람의 사망률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24% 낮다는 연구가 발표된 바 있다.
심혈관 질환 위험 감소나 수면의 질 향상을 보고한 연구도 있었다. 코로나19 유행기에는 격리 기간에 반려동물이 우울과 외로움 완화에 기여했다는 조사가 쏟아졌다.
하지만 반대 결과를 제시한 연구도 적지 않다. 개를 키우는 것과 사망률 사이에 연관성이 없다는 연구가 존재하고, 반려동물을 새로 입양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간 외로움이나 우울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추적 조사도 있다. 노인이 반려동물 때문에 넘어져 골절되거나, 반려인이 통증약 복용 빈도가 높고 우울 위험이 크다는 보고까지 나온 상황이다.
스위스 바젤대 라헬 마르티와 카린 헤디거 연구팀이 국제학술지 '플로스 원'에 발표한 연구가 지난 14일 헤럴드경제의 인용 보도로 주목받고 있다.
연구팀은 스위스 성인 2328명을 대상으로 한 전국 대표 표본 조사 자료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에 외로움, 삶의 만족도, 병원 방문 횟수에서 차이가 발견되지 않았다. 응답자 2328명 중 1105명이 반려동물과 함께 살거나 집 밖에서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었고, 나머지 1223명은 키우지 않았다.
동물과 함께 지내는 사람들의 지난 1년간 병원 방문 횟수는 그렇지 않은 사람들과 동일했다. 외로움과 삶에 대한 만족도 역시 차이가 없었다.
개를 산책시키면서 이웃과 교류가 늘어난다는 가설도 확인되지 않았다.
오히려 반려동물과 사는 사람이 스스로 평가한 건강 상태 점수가 약간 낮았고, 하루 흡연량도 0.19개비 많았다. 연간으로 환산하면 70개비에 해당한다.
연구팀은 기존 연구에서 '개를 키우면 오래 산다'는 결과가 나온 이유를 분석했다. 비교 대상이 애초에 다른 조건에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과 키우지 않는 사람의 상황은 다르다. 이번 조사에서도 반려인은 평균 4살 젊었고, 직장이나 학교에 다니는 비율이 높았으며, 가족과 함께 사는 경우가 많았다. 반대로 키우지 않는 사람은 나이가 많고 은퇴한 경우가 많았다.
젊고 가족과 함께 살며 직장이 있는 사람은 건강도 좋고 덜 외롭다. 동물과는 무관한 이유다. 이런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비교하면 반려동물 효과로 보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번 연구에서 반려동물과 사는 사람의 건강 상태 점수가 낮게 나온 이유에 대해 연구팀은 다른 해석을 제시했다.
건강이 좋지 않거나 스트레스가 많은 사람이 위안을 얻으려 동물을 입양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반려동물을 키워서 건강 상태 점수가 낮아진 게 아니라, 건강 상태 점수가 낮은 사람이 반려동물을 키우는 경우가 많았다는 분석이다.
연구팀은 반려동물과의 관계도 조사했다. 같은 반려인이라도 잠만 재우는 사람과 온종일 붙어 지내는 사람이 있고, 동물과 얼마나 가깝게 지내느냐가 다르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반려동물이 곁에 없을 때 생각나는지, 가족이라고 느끼는지, 아주 가까운 사이라고 느끼는지를 물어 애착 강도를 측정했다.
연구팀은 애착이 깊을수록 건강하고 덜 외로울 것으로 예상했지만 결과는 달랐다. 애착이 강하다고 답한 사람이라고 해서 건강 상태가 더 좋거나 덜 외롭지 않았다. 삶의 만족도도 마찬가지였다.
반려동물을 얼마나 더 아끼느냐는 건강 상태나 외로움 같은 요인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만 연구팀은 건강과 외로움, 삶의 만족도 등을 각각 한 문항으로만 측정했다는 점을 한계로 지적했다. 문항이 단순한 질문이라 복잡한 심리 상태를 충분히 파악하지 못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반려동물을 키우는지를 '예', '아니오'로만 묻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밝혔다. 반려동물과 어떻게 지내는지를 함께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