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회장 후보 6인에도 없던 이재근...양종희 취임 9일 뒤 행장 연임
은행장 마치자 글로벌부문장, 올해 WM·SME 추가...부회장 없는 승계 경쟁서 승리
양종희 KB금융그룹 회장은 부회장을 없앴다. 이재근 KB금융 글로벌부문장은 그 뒤에 열린 지주 부문장 길을 탔다. 3년 전 회장 1차 후보 6명에도 없던 인물이다. 양 회장 취임 뒤 KB국민은행장으로 1년 더 일했고, 은행을 나온 뒤에도 그룹에 남았다.
2025년 1월 글로벌사업부문장을 맡은 뒤 20개월. 이 부문장은 현직 회장을 넘어 차기 회장 최종 후보가 됐다. 자신에게 지주 경력을 더해준 양종희 체제의 인사표를 들고 가장 앞단에 설 기회를 맞이했다.
지난 11일 K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양 회장과 이 부문장, 권광석 전 우리은행장을 상대로 최종 심층면접을 진행한 뒤 이 부문장을 선택했다. 숫자만 보면 양 회장이 밀릴 이유는 사실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KB금융은 지난해 5조8430억원의 순이익을 거두며 금융지주 1위를 지켰다. 자본 건전성과 주주환원도 양 회장의 연임에 힘을 실었다.
회추위의 답은 달랐다. 현재 실적보다 본원적 경쟁력과 미래 성장동력을 앞세웠다. ‘과감한 변화와 세대교체’를 이끌 사람으로 이 부문장을 골랐다.
회장 후보도 아니었다...행장 연임 뒤 지주로
2023년 8월 발표된 KB금융 회장 1차 후보는 6명이었다. 내부에서는 양종희·허인·이동철 당시 부회장과 박정림 총괄부문장이 이름을 올렸다. 외부 후보 2명의 이름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재근은 없었다.
그해 9월 당시 양 부회장이 최종 후보로 낙점됐고 11월 21일 회장에 취임했다. 9일 뒤 열린 계열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이 은행장의 임기를 1년 연장했다. 2022년부터 국민은행을 이끌던 그에게 행장 3년 차가 열렸다.
한 달 뒤 조직표가 크게 바뀌었다. 양 회장은 윤종규 전 회장 시절 운영하던 3부회장 직제를 폐지했다. 허인·이동철·양종희로 이어졌던 부회장 자리는 사실상 KB의 공개된 회장 후보군이었다. 그 줄을 양 회장이 지웠다.
부회장은 사라졌지만 사람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이 부문장은 2024년 말 국민은행장 임기를 마치고 지주로 자리를 옮겼다. 맡은 자리는 글로벌사업부문장이었다. 이창권 당시 KB국민카드 대표도 디지털·IT부문장으로 이동했다.
KB금융은 검증된 계열사 CEO의 경영 능력을 지주에서 계속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금융권의 시선은 조금 달랐다. 은행과 카드에서 임기를 마친 두 사람에게 그룹 단위 업무를 맡겼다. 부회장을 대신할 차기 후보 검증대라는 말이 그때부터 나왔다.
이 부문장에게는 글로벌이 붙었다. 1년 뒤에는 WM과 SME까지 넘어왔다. 이창권은 미래전략, 김성현 전 KB증권 대표는 CIB마켓을 맡았다. 지주 핵심 사업을 전직 계열사 CEO 3명에게 나눠 맡기는 부문장 체제가 자리 잡았다.
부문장 20개월 만에 현직과 맞붙었다...한쪽 표만으론 못 이겼다
올해 7월 회장 1차 후보군이 공개되자 달라진 위치가 확인됐다. 양종희 회장과 이재근 부문장, 이창권 부문장, 이환주 국민은행장이 내부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3년 전 후보 명단 밖에 있던 이 부문장이 현직 회장과 같은 줄에 섰다.
8월 최종 후보는 양 회장과 이 부문장, 권 전 행장으로 좁혀졌다. 지주 3인 부문장 가운데 끝까지 살아남은 사람은 이 부문장뿐이었다. 회추위는 재무·전략·글로벌 경험과 은행·비은행을 아우르는 이해도를 높게 평가했다. 행장 임기를 마친 뒤 지주에서 채운 20개월이 마지막 빈칸을 메웠다.
회추위원은 사외이사 7명이다. 최종 후보가 되려면 재적위원 3분의 2인 최소 5명의 동의가 필요하다. 현재 위원 가운데 3명은 양 회장 취임 전에, 4명은 취임 후 합류했다. 어느 한쪽 표만으로는 이 부문장을 최종 후보로 만들 수 없었다. 개인별 선택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최소한 양쪽에서 모두 이재근에게 표가 건너갔다.
이 부문장은 다음 달 2일 회추위와 이사회 추천을 거쳐 오는 11월 20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회장으로 선임될 예정이다. 이후에는 자신이 앉았던 자리부터 손봐야 한다. 글로벌과 WM·SME를 한꺼번에 맡던 부문장 자리가 비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