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로키산맥 일대에서 굶주린 흑곰들이 민가와 도심까지 내려오면서 주민들의 공포가 커지고 있다.
지난 8일(현지 시간) 중앙일보가 인용한 AP통신은 로키산맥 지역에서 곰으로 인한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콜로라도주 덴버 북서쪽 골드힐에 거주하는 패트릭 설리번은 올여름 새벽 3시 아들에게 우유를 먹이던 중 자동차 경적 소리를 들었다. 처음에는 이웃의 장난으로 여겼지만, 흑곰 한 마리가 도요타 SUV 문을 열고 차 안에 들어갔다가 갇혀 있었다.
이런 사건은 올여름 로키산맥 인근에서 발생한 수백 건의 곰 출몰 사례 중 하나에 불과하다.
콜로라도주 당국에 따르면 올해 곰 목격과 인간 접촉 사례는 평년 대비 두 배에 달했다. 평소 곰이 출현하지 않던 지역까지 활동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뉴멕시코주와 유타주의 야생동물 관리 당국도 집과 자동차, 캠핑장을 찾는 곰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흑곰은 통상 콜로라도주 산악 지역과 산기슭에 서식하지만, 올해는 산악 지역에서 차로 1시간 이상 떨어진 동쪽 평야 지역에서도 목격됐다.
곰 출몰 증가에 따라 사살되는 곰의 수도 급증했다. 유타주에서는 올해 30마리가 넘는 곰이 사살됐는데, 이는 최근 3년간 사살된 곰을 모두 합친 것보다 많은 수치다.
뉴멕시코주에서는 야생동물 당국과 사유지 소유주가 허가를 받아 사살한 곰이 187마리에 달했다. 2011년 이후 가장 많은 숫자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를 주요 원인으로 지목한다. 기온 상승과 강수량 감소로 곰의 주요 먹이인 견과류, 열매, 식물의 생장이 타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겨울잠 준비나 생존에 필요한 영양분을 충분히 섭취하지 못한 곰들이 먹이를 찾아 서식지를 벗어나 민가와 인간 거주지로 접근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와이오밍·콜로라도·유타·뉴멕시코주에 걸친 콜로라도강 상류 유역의 올해 적설량은 기록상 최악이었다.
여기에 기록적인 산불이 겹치면서 광범위한 곰 서식지가 소실됐다. 먹이 감소와 서식지 훼손이 맞물리면서 곰들이 인간 거주지로 내려올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됐다는 분석이다.
CNN에 따르면 지난해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곰의 공격으로 일본에서 13명이 사망하고 220명 이상이 부상했다. 곰의 잇따른 출몰과 공격은 일본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