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9월 08일(화)

900억 전액 손실 '벨기에펀드'...한국투자증권, 고객에 40~80% 배상

금감원 현장검사 뒤 전체 판매 고객으로 확대...일부 협의 중

정부기관 임차·임대율 100% 강조...후순위 투자 지분은 전액 상각


900억원대 자금을 모집했다가 전액 손실이 발생한 벨기에 부동산펀드 투자자에 대한 배상이 이어지고 있다. 최대 판매사인 한국투자증권은 판매 고객 전원에게 손해액의 40~80%를 배상하기로 하고 개별 지급을 진행하고 있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한국투자벨기에코어오피스부동산투자신탁2호'에 가입한 고객들과 배상률을 협의하고 있다. 올해 1월 일괄배상을 결정한 지 약 7개월이 지났지만 일부 고객과의 협의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올해 초 고객 보호 차원에서 선제적으로 일괄배상을 결정했고 각 고객과 개별 협의해 배상을 진행하고 있다"며 "배상 비율은 고객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손해액의 40~80%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직 전부 완료되지는 않았다"며 "배상 협의 중인 고객이 일부 남아 있다"고 밝혔다.


458건·60억7000만원서 전 고객으로...지급 규모는 비공개


한국투자증권은 일괄배상 전까지 민원을 낸 고객을 대상으로 건별 자율배상을 진행했다. 지난해 11월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접수된 민원 883건 가운데 458건에서 불완전판매가 확인됐고, 60억7000만원의 배상이 결정됐다.


당시 기본 배상률은 적합성 원칙과 설명의무, 부당권유 금지 위반 여부에 따라 30~60%로 정해졌다. 금융 취약계층 여부와 투자 경험 등을 반영한 가감 절차를 거치면 최대 80%까지 적용할 수 있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벨기에펀드 불완전판매 문제가 제기된 뒤 한국투자증권과 KB국민은행, 우리은행을 대상으로 현장검사에 착수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1월 배상 대상을 민원 고객에서 전체 판매 고객으로 넓히고 손해액의 40~80%를 지급하기로 했다.


현재까지 지급이 완료된 계약 건수와 금액 등 세부 진행 현황은 공개되지 않았다. 회사 측은 일부 고객과 배상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배상 대상은 올해 1월 약 1900명으로 알려졌지만 최종적으로는 2500여명으로 집계됐다. 


정부기관 임차·임대율 100% 강조...투자금은 현지 부채보다 후순위


벨기에펀드는 2019년 6월 설정됐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운용하다 2022년 7월 부동산 운용 부문 분할에 따라 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으로 이관됐다.


펀드는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투아송도르 빌딩의 장기 임차권에 투자했다. 벨기에 정부기관인 건물관리청이 단일 임차인으로 입주해 있었고 임대율은 100%였다.


국내에서 모집한 자금은 900억원대다. 한국투자증권이 전체의 절반을 넘는 580억원대를 판매했고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이 각각 약 200억원과 120억원을 판매했다.


펀드는 현지 투자법인이 발행한 우선주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투입했다. 투자설명서에는 "우선주는 발행회사의 다른 모든 부채보다 후순위로 변제된다"는 내용이 기재됐다.


현지 투자법인은 영국 보험사 로스시라이프(Rothesay Life)로부터 6400만유로를 선순위로 차입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는 건물 가격이 26% 이상 하락하면 선순위 채권을 상환한 뒤 후순위 투자자에게 돌아갈 자금이 남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투자자들은 판매 과정에서 정부기관이 임차한 건물이라는 점과 임대율 100%가 강조됐지만 자산가치 하락에 따라 투자금 전액을 잃을 수 있다는 설명은 충분히 듣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펀드는 당초 5년간 운용한 뒤 임차권을 매각해 투자금을 돌려줄 예정이었다. 운용사는 2024년 만기를 앞두고 매각을 추진했지만 거래를 마치지 못했고, 같은 해 5월 신탁계약 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했다.


이어 2024년 6월 현지 선순위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해 기한이익상실이 발생했다. 선순위 대주는 담보 자산을 처분했고 매각대금은 선순위 대출 상환에 사용됐다. 후순위 채권과 펀드 투자 지분에는 회수금이 배분되지 않았다.


운용사는 2024년 12월 펀드가 보유한 현지 투자 지분을 전액 상각했다. 2025년 3월 자산운용보고서에는 펀드 기준가격이 0.01원, 순자산총액이 0원으로 기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