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인 전화 인사말인 '여보세요'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
지난 5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는 Z세대가 '헬로(Hello)'라는 전통적 인사말 대신 발신자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통화를 시작한다고 전했다. 스마트폰 화면에 발신자 정보가 표시되기 때문에 누가 전화했는지 이미 알고 있어 일률적인 인사말이 필요 없다는 것이다.
Z세대는 1990년대 중반부터 2010년대 초반 사이 태어난 세대로, 발신자 표시 기능과 함께 성장했다. NYT는 "'헬로'를 소재로 한 마지막 히트곡이라 할 수 있는 아델의 '헬로', 레이디 가가의 '텔레폰'이 발표된 지 벌써 10년 이상 지났다"며 "토머스 에디슨이 전화기를 통해 처음 사용한 이 인사말이 구식으로 여겨지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보도에 따르면 Z세대는 아는 사람의 전화를 받을 때 "응", "어디야?" 같은 짧은 표현을 쓰거나 아예 본론부터 시작한다.
저장되지 않은 번호는 신뢰할 수 없다고 판단해 자신의 목소리를 먼저 노출하지 않으려 한다. '여보세요'나 '안녕하세요' 같은 정중한 인사는 공식적인 상황에서만 사용하는 표현이 됐다.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전문 언어학자 그리핀 바셋은 NYT와 인터뷰에서 "스마트폰 한 대에서 문자, 이메일, SNS 등을 통해 상대방 정보가 통합된다"며 "인사말로 관계의 출발점을 만들 필요성이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이런 변화는 Z세대가 전화 통화나 문자보다 음성 메시지를 선호하는 경향과도 연결된다. 발화량 감소는 연구 결과로도 입증됐다. 미주리-캔자스시티대 연구팀이 10세부터 94세까지 2197명의 대화를 14년간 분석한 결과, 일상에서 사용하는 단어 수가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2005년부터 2019년 사이 하루 평균 발화량은 매년 338단어씩 감소했다. 특히 25세 미만 연령층은 하루 평균 451단어씩 줄었다.
연구진은 '젠지 스테어(Gen Z stare)' 현상도 언급했다. 이는 질문을 들어도 즉답하지 않고 무표정한 시선이나 제스처로 반응하는 행동을 뜻한다. 낯선 이와의 대화를 이어가려 하지 않는 Z세대 특유의 소통 방식이다.
발레리아 파이퍼 미주리-캔자스시티대 심리학 및 상담학 부교수는 논문에서 "대화량 감소는 타인과 관계 형성에 쓰는 시간이 줄어든다는 의미"라며 "사회적 교류가 주는 즉각적인 정서적 혜택은 물론, 튼튼한 인간관계 유지를 통해 얻는 장기적 이익도 함께 상실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