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이 아픈 새끼를 위해 특정 성분이 든 꿀을 골라 먹인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지난 6일(현지 시간) 서울신문의 인용 보도에 따르면, 벨기에 루벤 대학교와 스페인 바야돌리드 대학교 공동 연구팀은 서양뒤영벌이 애벌레가 감염됐을 때 치료 물질이 포함된 먹이를 선별적으로 수집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자연계에서 야생 침팬지가 통증을 완화하고 균을 죽이는 식물을 찾아 먹는 행동은 이미 알려져 있었지만, 고도의 지능이 필요할 것으로 여겨졌던 이런 치료 행동이 곤충에게서도 관찰된 것이다.
연구팀은 케르세틴이라는 물질에 주목했다. 이 성분은 채소와 과일 같은 식물에 들어 있는 노란색 천연 플라보노이드로, 사람 몸속에서 항산화와 항염증 효과를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험은 텐트 안에 벌집을 설치하고 8개의 로봇 꽃을 배치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파란색 꽃 4개와 노란색 꽃 4개에는 각각 순수한 설탕물 또는 케르세틴이 섞인 설탕물이 담겼다. 색깔과 상관없이 특정 성분을 구별해 찾는지 확인하기 위한 설계였다.
연구팀은 꿀벌을 세 집단으로 나눴다. 첫 번째 집단은 꿀벌 유충을 주로 감염시켜 죽게 만드는 곰팡이인 아스코스페라 아피스에 노출시켰고, 두 번째 집단은 성체를 감염시키는 장내 세균인 세라티아 마르세센스에 노출했다.
세 번째 집단은 멸균 설탕 용액을 섞은 꽃가루를 먹였다. 로봇 꽃 중앙의 센서가 모든 방문을 추적했고, 꿀은 자동으로 보충됐다.
5일 동안 자유롭게 먹이를 모으게 한 결과, 곰팡이에 노출된 꿀벌들은 케르세틴이 들어간 꽃을 더 자주 찾았고 꿀을 채취하는 시간도 길었다. 반면 박테리아에 노출된 개체와 건강한 대조군은 케르세틴에 대한 뚜렷한 선호를 보이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 행동이 자기 치료보다는 집단 보호 본능에 가깝다고 분석했다. 아스코스페라 아피스 곰팡이는 성체가 아닌 유충을 감염시키기 때문이다.
즉, 꿀벌이 자신이 아닌 새끼를 위해 약 역할을 하는 물질을 수집한 것이다. 이런 행동은 곰팡이 감염 시 케르세틴이 든 꿀을 먹이는 것이 개체보다 군집 전체의 생존에 유리했기 때문에 진화 과정에서 선택된 특성으로 해석된다.
성체를 직접 공격하는 박테리아 감염에서 반응이 나타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연구팀은 두 가지 가능성을 제시했다. 케르세틴 농도가 박테리아를 직접 억제하기에 충분하지 않았거나, 감염이 너무 심각해 행동 변화를 유지할 수 없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번 연구는 케르세틴 섭취가 실제로 감염 정도를 낮추거나 유충 생존율을 높이는지까지는 측정하지 않았다.
실제 치료 효과가 있는지는 추가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먹이를 나누는 사회적 곤충이 군집을 위해 천연 약물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줘 후속 연구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