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9월 08일(화)

중국차와 경쟁하려면 차 만드는 법부터 바꿔야... 현대차, 2030년까지 매출원가율 3%p 낮춘다

중국 자동차 업체들의 저가 공세와 관세·전동화 투자 부담이 겹치면서 글로벌 완성차업계의 경쟁축이 '얼마에 파느냐'에서 '얼마에 만드느냐'로 옮겨가고 있다. 현대자동차도 차량 개발부터 생산, 부품 조달까지 제조 구조를 손질해 2030년까지 매출원가율을 기존 계획보다 3%포인트 낮추기로 했다.


7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최근 열린 '2026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2030년 연결 기준 영업이익률 목표를 기존 8~9%에서 9% 이상으로 높였다. 이를 뒷받침할 핵심 수단으로 전사적인 원가 혁신을 제시했다.


현대차가 목표로 잡은 매출원가율 개선 폭은 기존 계획 대비 3%포인트다.


현대자동차그룹


이번 원가 혁신의 초점은 단순한 구매비 절감보다 차량 개발과 생산 구조 자체를 효율화하는 데 맞춰져 있다.


가장 큰 비중은 차량 전 주기에 걸친 원가 개선이다. 신차를 개발할 때 제조 방식과 디자인 사양의 공용화를 확대하고 생산 공정을 단순화해 1.5%포인트를 낮춘다는 계획이다.


재료비에서는 1%포인트를 줄인다. 판매가 빠르게 늘고 있는 하이브리드차의 규모의 경제를 키우고,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적용 범위도 넓힌다.


나머지 0.5%포인트는 부품 현지화에서 확보한다. 차량을 판매하는 지역에서 부품을 조달하는 비중을 높여 물류비와 관세 부담을 동시에 낮추는 방식이다.


인도에서는 이 같은 전략이 이미 구체화되고 있다. 현대차는 2030년까지 현지 부품 조달 비중을 90%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북미에서도 완성차와 배터리뿐 아니라 철강까지 현지 생산망을 넓히며 공급망을 안쪽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전경 / 현대자동차그룹


현대차가 제조 원가에 다시 손을 대는 배경에는 여러 부담이 한꺼번에 겹친 현실이 있다.


전기차 전환을 위해 대규모 투자가 계속되는 가운데 미국 관세와 인건비, 원자재 가격 상승이 수익성을 압박하고 있다. 여기에 BYD를 비롯한 중국 업체들이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유럽과 동남아시아, 중남미 등으로 빠르게 영역을 넓히고 있다.


중국 업체들의 강점은 단순히 차값이 싸다는 데 있지 않다. 배터리와 핵심 부품, 완성차 생산을 촘촘하게 묶은 공급망을 바탕으로 차량 한 대를 만드는 비용 자체를 낮춘 점이 경쟁력의 원천으로 꼽힌다.


BYD의 지난 8월 해외 판매는 18만9466대로 전년 동월보다 134.5% 증가했다. 상반기에는 해외 매출이 처음으로 중국 내 매출을 넘어섰다. 중국 내 가격 경쟁에서 단련된 업체들이 이제 세계 시장에서 기존 완성차 업체들과 정면으로 맞붙기 시작한 셈이다.


현대차만의 고민도 아니다.


호세 무뇨스 현대자동차 사장 / 현대자동차


혼다는 2030년까지 1조5000억엔 이상의 비용을 줄이는 작업에 들어갔다. 주요 부품과 전장 부품의 원가 절감뿐 아니라 중국산 부품 활용 확대까지 검토하고 있다.


폭스바겐은 더 큰 폭의 구조조정을 추진한다. 2035년까지 현재 모델 포트폴리오를 절반 수준으로 줄이고 제품 복잡성을 75%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판매량이 적은 차종과 복잡한 사양을 줄여 개발·생산비를 낮추겠다는 것이다.


완성차 업체들이 앞다퉈 비용 절감에 나서는 이유는 과거처럼 원가 상승분을 차량 가격에 그대로 얹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중국 업체들이 가격을 낮춰 시장을 넓히는 상황에서 기존 업체가 할인만 늘려 맞붙으면 판매는 지킬 수 있어도 수익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가격 경쟁을 버티려면 차값을 깎기 전에 차를 만드는 비용부터 낮춰야 한다.


현대차는 판매 확대와 원가 혁신을 동시에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상반기 매출은 95조2000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지만 영업이익률은 5.6%에 그쳤다. 회사는 하이브리드 판매 확대와 제조 원가 절감을 통해 2030년 영업이익률을 9%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완성차 경쟁의 무게중심도 바뀌고 있다. 신차를 얼마나 자주 내놓고 얼마나 많이 파느냐 못지않게, 같은 차를 얼마나 적은 비용으로 만들 수 있느냐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