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에게 최소한의 돌봄도 제공하지 않는 학대 행위가 발생하기 전 단계에서 행정당국이 개입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지난 2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동물보호법 개정안(대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반려동물 사육·관리·보호 의무를 위반한 보호자에게 최대 1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동물보호법 시행규칙은 실외 사육 동물에게 더위·추위·비·눈·직사광선을 피할 수 있는 휴식공간을 제공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줄에 묶어 키울 때는 줄 길이를 2m 이상 확보해야 하며, 줄에 엉키거나 목이 조이는 상황을 방지해야 한다.
적합한 먹이와 깨끗한 물 공급, 분변과 오물 제거를 통한 청결한 사육공간 유지도 의무다. 사육공간이 보호자 거주지와 멀리 떨어져 있으면 동물의 위생·건강 상태를 정기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그러나 기존 법 체계에서는 이런 의무를 위반했다는 사실만으로는 제재가 불가능했다. 의무 위반으로 동물이 상해를 입거나 질병이 발생하는 등 실질적 피해가 발생해야 동물학대로 처벌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동물에게 심각한 피해가 나타나지 않았더라도 사육·관리·보호 의무 위반만으로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폭염에도 그늘이나 집 없이 옥상에 개를 방치하거나, 사람이 살지 않는 밭에 동물을 묶어두고 정기적으로 상태를 확인하지 않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구조 목적으로 시작했으나 여러 동물을 열악한 환경에서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애니멀 호딩 사례도 사육환경과 관리 상태에 따라 행정 개입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의 이형주 대표는 뉴스1에 "지금까지는 동물이 실제로 다치거나 질병에 걸리는 등 피해가 발생한 뒤에야 대응할 수 있는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과태료 규정이 시행되면 폭염 방치나 열악한 사육환경 등 문제가 심각해지기 전에 개입할 수 있는 근거가 생긴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향후 제도가 현장에서 일관되게 적용될 수 있도록 모호한 부분을 보완하고 동물의 종류와 특성에 맞는 세부적인 사육 기준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개정안에는 동물학대 범죄자에 대한 동물사육금지명령 제도도 포함됐다. 동물을 죽이거나 상해를 입힌 사람에 대해 법원이 일정 기간 동물의 사육·관리·보호를 금지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이 대표는 매체에 "이번 법 개정이 동물이 심각한 피해를 입은 뒤 처벌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열악한 환경에 놓인 동물을 보다 일찍 발견하고 보호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