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공작원으로부터 지령을 받아 탈북민과 현역 군인의 정보를 수집한 40대 남성이 법정에서 실형을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조순표 부장판사)는 국가보안법상 간첩 등의 혐의로 기소된 A(43)씨에게 징역 5년과 자격정지 5년을 선고했다고 5일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재판부는 A씨의 범행이 북한 공작원의 지령에 따라 국가 기밀을 탐지·수집한 국가보안법 위반행위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반북 활동을 하는 탈북민의 사진, 연락처, 활동 상황은 그 내용이 북한에 알려질 경우 해당 탈북민에 대한 추적이나 위해, 재북 가족에 대한 보복 등에 이용될 수 있으므로 기밀로 보호할 실질 가치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양형 이유에 대해 "피고인은 북한 공작원으로부터 6억 원이 넘는 가상화폐를 받고 그의 지령에 따라 이적행위에 나아가는 등 죄질이 무겁다"며 "그럼에도 범행을 부인하면서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해 진정한 반성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가상자산 투자회사를 운영한 A씨는 2021년 5∼6월 텔레그램을 통해 북한 공작원으로부터 반북한 성향 탈북민에게 접근해 인적사항과 활동 사항을 파악하라는 지령을 받았다. A씨는 이 무렵 북한 공작원으로부터 가상자산 투자 운영자금 명목으로 약 6억 6000만 원 상당의 가상화폐를 전달받았다.
A씨는 한 탈북민 단체 대표 B씨에게 후원하고 싶다며 접근해 가상화폐 지갑 개설을 요구했고, 개설된 지갑 주소를 북한 공작원에게 넘겼다. 북한 공작원이 후원금 명목으로 100만 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이체하자, A씨는 이를 빌미로 B씨로부터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 행사 동영상과 사진을 전달받았다.
A씨는 북한 보위부 출신 탈북민 유튜버에게 "평소 북한 인권문제에 관심이 많다. 시간 된다면 소주 한 잔 기울이면서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내 휴대전화 번호를 알아냈다.
A씨는 2021년 7월 북한 공작원으로부터 현역 장교 7명의 이름, 소속 부대, 주민등록번호 등 신원정보와 함께 "추가적 정보를 확인해 포섭하라"는 지령을 받았다. A씨는 이 중 대위 C씨의 SNS에 접속해 제복과 얼굴 사진을 확보하고 흥신소에 미행을 의뢰했다.
흥신소는 A씨로부터 의뢰비로 250만 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받고 대위 C씨의 소속 부대, 관사, 거주 호실, 일정과 동향을 파악해 보고했다. A씨는 그해 8∼9월 다른 장교에게 텔레그램으로 연락해 군 조직도 등 정보를 제공하면 돈을 주겠다고 제안했으나 거절당했다.
A씨는 같은 북한 공작원의 지령을 받고 현역 장교에게 접근해 군사기밀을 유출한 혐의로 별도 기소돼 지난해 12월 대법원에서 징역 4년에 자격정지 4년 판결을 확정받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