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만화계에 충격적인 횡령 사건이 알려졌다. '세인트 세이야'로 전 세계 팬들의 사랑을 받아온 만화가 구루마다 마사미(72)가 25년간 신뢰해온 매니저로부터 400억원이 넘는 거액을 빼돌린 피해를 입은 것으로 드러났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구루마다는 매니저 A씨를 상대로 28억엔(약 242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2일 도쿄지법에 제기했다. A씨가 횡령한 전체 금액은 46억 8600만엔(약 405억원)에 달하지만, 일부 회수된 18억엔(약 155억원)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에 대한 소송이다.
A씨는 2018년부터 6년에 걸쳐 구루마다의 저작권을 관리하는 회사 3곳에서 자금을 무단으로 빼돌렸다. 그는 회사 돈을 다른 계좌로 몰래 송금하거나, 라이선스료를 자신이 관련된 회사로 돌려받는 방식으로 총 46억 8000여만엔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두 사람의 관계는 약 25년 전으로 올라간다. A씨는 출판사 슈에이샤에서 계약직 직원으로 일하며 구루마다의 담당 편집자였다. 잡지가 휴간된 뒤 A씨는 구루마다의 매니저로 일하게 됐다.
A씨는 구루마다에게 저작권 관리를 위한 회사 설립을 제안했다. 'NEXT WING', '구루마다 프로덕션', 'K-PROJECT' 등 3개 회사가 만들어졌고, A씨는 경리와 대외 협상 업무 전반을 책임졌다.
구루마다는 "(만화가는) 어설프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며 "내 머릿속은 온전히 창작에만 집중하고, 다른 사무적인 일들을 맡겨뒀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A씨는 창작에만 몰두하려는 구루마다의 성향을 이용했다. 그는 주변 사람들에게 "구루마다 선생님은 사람과 만나는 걸 싫어한다. 선생님께 드릴 말씀은 나 이외의 사람과는 주고받지 말라"고 말하며 관계자와 거래처가 구루마다와 직접 연락하지 못하도록 막았다.
A씨는 구루마다의 회사 'NEXT WING'과 비슷한 이름의 회사를 따로 만들었다. 그는 해외 거래처들이 원래 회사가 아닌 자신이 만든 회사로 라이선스료를 보내도록 유도했다. 또한 정당한 이유 없이 회사 자금을 자신이 소유한 법인이나 남동생, 지인 등의 계좌로 빼돌렸다.
A씨의 범행은 2024년 도쿄국세청의 세무조사에서 드러났다. "이상한 자금 흐름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구루마다의 변호인이 조사에 나섰고, A씨의 횡령 사실이 밝혀졌다.
A씨는 구루마다에게 횡령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선생님을 위해서 한 일이었다"고 둘러댄 것으로 알려졌다.
횡령한 돈은 암호화폐 구매 등에 쓰인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현재 해고된 상태다.
구루마다는 2일 기자회견에서 "발각 당시에는 믿기지 않았고, 분노를 넘어 사리사욕을 위해 믿었던 사람을 태연히 배신하는 인간이 있다는 사실에 쓸쓸함과 무력감을 느꼈다"며 "한때는 인간불신에 걸릴 뻔했다"고 심경을 털어놨다.
이번 사건으로 예정됐던 구루마다의 원화전은 취소됐다. 구루마다는 "전 세계의 구루마다 만화를 사랑해 주시는 분들을 위해서라도 계속해서 열심히 집필을 이어가고 싶다"며 내년 봄 도쿄에서 원화전을 연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