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소송 중이던 30대 여성 B씨가 남편 A씨에게 살해당한 사건에서, B씨가 남편의 공무원 신분을 우려해 적극적인 신고를 꺼렸던 정황이 드러났다. 112 신고 녹취록을 통해 B씨가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어린 자녀를 보호하려 했던 사실이 확인되면서 비극은 더욱 깊은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4월 B씨는 처음으로 파출소를 방문했다. B씨는 A씨와 말다툼 중 욕설이 오가는 상황이 답답하다며 가정폭력 상담을 요청했다.
이틀 후 B씨는 다시 경찰을 찾았다. B씨는 술에 취한 A씨가 흉기를 들이대며 '날 찔러라, 네가 죽든 내가 죽든 누구 한 명 죽어야 끝난다'고 위협했다고 진술했다. B씨는 "A씨가 경찰에 신고하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했다"며 "보복이 두려워 신고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공무원인 A씨에게 인사상 불이익이 발생하면 상황이 악화될 것을 우려한 B씨는 경고 조치마저 거부했다. B씨는 이혼 소송 서류 송달 과정에서 주소지가 노출된 것으로 보인다며 세 번째 스마트워치를 지급받았으나, 결국 참변을 막지 못했다.
SBS가 입수한 112 신고 녹취록에는 엄마를 찾는 아이의 울음소리와 함께 '아기, 이리 와'라는 B씨의 목소리가 담겼다. 반복된 가정폭력에 시달려온 B씨가 흉기를 든 A씨 앞에서도 자녀를 먼저 챙기려 했던 정황이 고스란히 기록된 것이다.
경찰은 범행 동기 등을 수사 중이며 A씨의 신상 정보는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경찰은 "유족의 의사와 자녀가 성장했을 때 예상되는 2차 피해를 고려해 신상공개위원회를 개최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성평등가족부는 소송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가정폭력 피해자의 개인정보 노출을 차단하기 위한 제도 개선 작업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