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세계불꽃축제를 이틀 앞둔 지난 3일, 중고거래 사이트가 '명당 자리' 거래로 뜨겁다. 수십 개의 게시글이 여의도 한강공원의 좋은 자리를 선점해 판다는 내용으로 채워졌다.
판매 가격대는 10만원부터 30만원까지 다양했다. 수년간 자리를 잡아왔다고 주장하는 한 판매자는 4인 자리에 25만원을 요구했다. 돗자리 3~4개를 한꺼번에 예약하려면 60만원을 내야 한다는 답변도 돌아왔다.
한 달 전부터 이 사이트에는 자신의 집을 대여하거나 인근 호텔을 양도하겠다는 게시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이달 들어서는 명당 자리 선점 서비스를 제공하는 글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여의도 한강공원의 대표적 명당으로 꼽히는 원효대교 아래 계단형 공간은 3일 오전부터 사람 없는 돗자리로 가득했다.
미래한강본부는 일부 돗자리에 '자리선점 금지' 경고문을 붙였지만 소용없었다. 본부는 4일 오전 9시 30분에 사람이 없는 돗자리를 수거해 여의도안내센터에 보관할 계획이다.
주차권 거래도 성행하고 있다. 중고거래 사이트에는 행사장 인근 빌딩의 주차권을 판매하는 게시글이 다수 올라왔다. 판매자들은 행사장과의 거리를 강조하며 1일권을 2만~3만원에 내놓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제공하는 '불꽃축제 주차 사전 예약 페이지'에서는 여의도 인근 주차장이 이미 마감됐다. 노량진역, 여의도역, 용산역, 공덕역 주변 주차장도 예약이 꽉 찬 상태다.
여의도 인근 일부 아파트 관리사무소들은 행사 기간 방문차량 입차를 전면 금지했다. 입주민들에게는 지인 차량 주차 등록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한 상황이다.
불꽃축제의 인기가 해마다 높아지면서 명당 자리 거래와 주차권 거래가 기승을 부리지만, 법적 규제는 불가능하다. 한강공원은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공공시설이고 티켓처럼 판매자와 구매자를 특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공원에서 누군가 밤새 앉아 있다고 규제할 수 없는 것처럼 설치물도 아닌 돗자리를 규제할 법적 근거도, 제재할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티켓은 암표 거래를 포착할 수 있지만 자리 선점으로 상행위하는 현장을 잡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서울시는 경고성 플래카드를 걸고 구두로 계도하거나 중고거래 플랫폼에 관련 게시글 삭제를 요청하는 방식으로 대응 중이다.
이 관계자는 "사적 영업 공간인 호텔이나 카페와 달리 한강공원은 공공재라 문제가 되지만, 강제력을 발휘하기는 어려워 도덕성에 호소할 뿐"이라고 말했다.
주최 측인 한화 관계자도 "중고거래 사이트를 자체적으로 모니터링하면서 플랫폼 측에 신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강공원 이용관리 조례 등을 개정해 불꽃축제 등 대규모 행사 하루 전부터 자리 선점을 금지하는 방안이 제시되지만, 본격적인 논의는 진행되지 않고 있다.
한강공원 인근 카페와 레스토랑들은 전야제와 본행사가 열리는 4~5일에 맞춰 운영 방식을 바꾸거나 특별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마포역 근처 한강 전망 카페는 5일 오후 4시까지만 정상 운영하고 손님을 모두 퇴장시킨 뒤 오후 5시부터 선착순으로 입장시킬 예정이다.
한강공원 근처 한 레스토랑은 불꽃축제가 잘 보이는 VIP 자리를 2석에 600만원에 판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