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자국 자동차 업체들의 해외 ‘가격 전쟁’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중국 내수 시장에서 출혈 경쟁을 벌여온 업체들이 해외에서도 무분별한 저가 경쟁에 나서지 않도록 관리에 나선 것이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한국 시장을 공략 중인 BYD와 지커, 국내 진출을 준비하는 샤오펑 등의 판매 전략에도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3일 자동차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중국 상무부와 공업정보화부,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은 지난 1일 '자동차산업 해외 경쟁행위 및 준법발전 지침'을 공동 발표했다.
총 20개 조항으로 구성된 지침에는 가격 책정과 경쟁, 마케팅, 데이터 관리, 노동·환경 관련 기준 등이 담겼다.
특히 중국 정부는 자동차 업체들이 원가와 현지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 합리적으로 가격을 책정하고, 시장 질서를 해칠 수 있는 과도한 가격 경쟁을 자제하도록 했다. 가격을 빈번하거나 큰 폭으로 변경하는 행위도 피하도록 주문했다.
배경에는 중국 내수 시장의 극심한 출혈 경쟁이 자리한다. BYD와 지리자동차, 샤오펑, 리오토, 샤오미 등이 전기차와 PHEV를 중심으로 가격 경쟁을 벌이면서 수익성 악화와 브랜드 가치 하락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중국 정부가 최근 내수 시장의 과도한 경쟁을 문제 삼은 데 이어 비슷한 양상이 해외로 확산되는 것도 경계하기 시작한 셈이다.
BYD처럼 해외 판매를 빠르게 늘리고 있는 업체에는 이번 지침이 더욱 주목된다. BYD는 지난달 글로벌 시장에서 44만293대를 판매했으며 이 가운데 해외 판매는 18만9466대로 전년 동월 대비 134.5% 증가했다.
한국도 중국 업체들이 공략을 강화하는 시장이다. BYD는 지난해 아토3를 시작으로 씰과 씨라이언7 등으로 제품군을 확대했고, 지커에 이어 샤오펑도 국내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지침으로 중국 업체들이 한국에서 공격적인 가격 인하나 대규모 할인 경쟁을 벌이는 데 일정 부분 부담이 생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현대차·기아 등 국내 업체에는 단기적으로 긍정적인 요인이다. 중국차의 공격적인 가격 공세가 완화되면 국내 전기차 시장의 가격 인하 압박도 일부 줄어들 수 있어서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경쟁이 더 까다로워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 업체들이 가격 대신 판매·정비망 확충과 서비스 개선, 신차 투입 등으로 경쟁력을 높일 경우 경쟁의 중심이 가격에서 상품성과 브랜드, 서비스로 옮겨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