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9월 05일(토)

'한국판 스페이스X' 속도 내는 한화에어로... 누리호 5차 발사에 쏠린 눈

우리 기술로 만든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내달 다시 우주로 향한다. 이번 5차 발사에서는 체계종합기업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역할이 제작과 총조립을 넘어 발사운용 영역까지 한층 확대된다.


정부가 주도해온 국내 우주수송 체계를 민간 중심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한화가 실제 발사 역량을 얼마나 빠르게 확보할 수 있을지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우주항공청은 지난달 27일 사천에서 제1회 발사관리위원회를 열고 오는 10월 7일을 누리호 5차 발사 예정일로 결정했다.


지난해 11월 27일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새벽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4차 발사를 맞아 우주로 날아오르고 있다 / 뉴스1


이번 누리호에는 초소형군집위성 5기와 큐브위성 10기 등 역대 가장 많은 15기의 위성이 실린다. 특히 국내 최초로 군집위성을 궤도에 투입하는 임무도 수행한다.


현재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는 누리호 단간 조립과 화약류 장착 등 발사체 총조립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발사대와 추적시스템 등에 대한 성능확인시험도 마쳤다.


제작 넘어 발사운용으로... 한화 역할 더 커진다


이번 발사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역할 확대다.


누리호 1~3차 발사에서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이 발사체 제작과 총조립, 발사운용을 주관하고 민간기업이 각 분야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사업이 진행됐다.


누리호 체계종합기업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엔지니어들이 지난 27일 창원1사업장에서 내년 하반기에 발사되는 누리호 4호기의 75톤급 엔진을 최종 점검하고 있다 /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하지만 지난해 4차 발사부터 한화에어로가 체계종합기업으로서 발사체 제작과 총조립을 주관하는 체제로 바뀌었다. 항우연은 사업을 관리·감독하고 발사운용을 주관했다.


한화에어로는 약 300개 참여기업을 관리하며 누리호 제작을 총괄하는 동시에 발사운용에도 직접 인력을 투입했다.


당시 발사지휘센터(MDC)에 4명, 발사관제센터(LCC)에 16명, 발사대(LP)에 10명, 발사체 이송 안전 업무에 2명 등 총 32명이 참여했다.


5차 발사에서는 4차 발사운용 결과와 기술이전 습득 수준 등을 토대로 한화에어로의 MDC와 LCC 참여 인원이 더 늘어날 예정이다.


단순히 발사체를 만들고 조립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실제 발사를 준비하고 통제하는 운용 역량까지 단계적으로 넘겨받는 셈이다.


누리호 4차 발사 당시 핵심 장치인 75톤 액체로켓 엔진 / 한화


6차 발사에서는 역할이 더욱 확대된다. 발사책임자(MD)와 발사운용책임자(LD), LCC 일부 콘솔을 제외한 발사운용 업무 전반에 한화에어로 인력이 참여하는 방향으로 추진된다.


누리호 5·6차 발사가 한화에어로에 단순한 발사체 제작 경험 이상의 의미를 갖는 이유다. 향후 민간이 독자적으로 발사 서비스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발사체 개발·제작뿐 아니라 발사 준비와 통제, 운용 경험까지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KAI 지분 15.89% 확보... 항공우주 밸류체인 넓히는 한화


한화가 최근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지분을 빠르게 늘리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우주항공 전략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 한화에어로스페이스USA 등 한화 계열 3개사는 현재 KAI 지분 총 15.89%를 보유하며 2대 주주에 올라섰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지난달 31일 한화 계열사들의 KAI 지분 취득에 대해 경쟁 제한 우려가 없다고 판단해 기업결합을 승인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인사이트


현 지분율만으로 한화가 KAI에 실질적인 지배력을 확보한 단계는 아니지만, 업계에서는 한화의 KAI 지분 확대를 단순한 재무적 투자보다는 항공·우주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적 행보로 보고 있다.


한화는 발사체와 위성, 항공전자, 레이더, 방산 분야에 사업 기반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 국내 유일의 완제기 개발·제작업체인 KAI가 보유한 항공기와 우주 체계 개발 역량까지 연계할 경우 항공우주 전반을 아우르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출 수 있다.


특히 발사체부터 위성, 항공기, 우주 데이터까지 하나의 가치사슬로 연결하려는 한화의 행보를 두고 업계에서는 '한국판 스페이스X'를 향한 움직임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2040년까지 우주·AI 55조 투자... 독자 우주수송 노린다


한화는 이미 대규모 투자계획도 내놨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지난 7월 경남 진주 경상국립대학교에서 열린 영남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에서 2040년까지 우주항공과 인공지능(AI) 산업에 총 55조원을 투자하겠다는 중장기 전략을 발표했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 뉴스1


이 가운데 한화에어로는 우주 발사체 분야에 약 23조원을 투입한다. 단조립장과 발사체 개발 시험시설 등을 구축하고 향후 상업발사까지 사업 영역을 넓혀 독자적인 우주수송 능력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한화시스템도 초저궤도 SAR 위성과 위성통신망, 우주 AI 데이터센터 구축 등에 약 20조원을 투자한다.


결국 한화가 그리고 있는 그림은 발사체 하나에 머물지 않는다. 자체 발사체로 위성을 우주에 보내고, 위성망에서 확보한 데이터를 AI와 국방 시스템으로 연결하는 통합 우주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정부 역시 한국형발사체 고도화사업 이후 누리호 후속 발사를 이어가며 연 1회 이상 정례 발사체계를 구축하고, 중장기적으로 연 2~3회 이상 발사가 가능한 민간 주도 상용 발사 생태계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한화에어로가 발사체 제작뿐 아니라 실제 발사운용 기술까지 확보한다면 향후 민간 우주수송 사업자로 도약할 기반도 갖추게 된다.


10월 7일 예정된 누리호 5차 발사가 한화에 단순한 한 번의 우주 발사를 넘어서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