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9월 05일(토)

"공급망, 최대 투자해도 부족"...최태원 회장, 키옥시아 협력도 '선택지'

5년내 웨이퍼 2배...용인·청주·서남권 1100조 중장기 투자

美 인디애나 HBM 후공정 착공...日 공동생산·R&D·공급망도 선택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향후 5년 안에 SK하이닉스의 웨이퍼 생산능력을 두 배로 늘리기 위해 국내외 생산·협력 방안을 함께 검토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용인·청주·서남권에 1100조원 규모의 중장기 투자를 추진하고 미국에서는 HBM 첨단 패키징 공장을 짓고 있다. 일본에서는 키옥시아와 공동생산, 연구개발(R&D), 공급망 공유 등의 협력 가능성도 거론했다.


최 회장은 최근 "일본에 가면 일본 공장을 검토한다고 하고 미국에 가면 미국 공장을 검토한다고 하는데 최대 투자를 단행해도 모자랄 지경"이라고 말했다. 지난 7월 제주에서도 "지을 수 있는 모든 곳에 지어보려는 것이 지금 상황"이라며 "전 세계를 다 찾아서 어디가 제일 좋고 빠르고 크게 할 수 있는지 우선순위를 가려서 빨리 짓는 게 한국 반도체 산업의 생명줄처럼 됐다"고 말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지난 1일 일본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일본 낸드플래시 업체 키옥시아와의 공동생산을 '하나의 선택지'로 언급했다. 생산뿐 아니라 R&D와 공급망 공유 등으로 협력 범위를 넓힐 수 있다는 뜻도 밝혔다. 일본 내 신규 생산시설 역시 '여러 가능성 가운데 하나'로 거론했다.


다만 일본 신규 공장이나 키옥시아 기존 생산시설 증설이 구체화된 단계는 아니다. 일본 현지 매체들이 글로벌 기업의 자국 투자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면서 최 회장의 발언이 실제 생산시설 투자 계획으로 '확대 해석'되기도 했다.


사진제공=대한상의


핵심 생산기지는 당연히 한국...일본 생태계·중국 추격 영향


SK는 한국을 핵심 생산기지로 두고 전력과 용수, 인프라, 공급망 등 조건을 갖춘 지역을 함께 살펴보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도 이 과정에서 거론되는 후보지 가운데 하나로 알려졌다.


일본은 정부가 반도체 공급망 재건에 직접 나서면서 TSMC와 마이크론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현지 투자를 지원하고 있다. 소재·부품·장비 업체와 연구개발 기반도 갖춰져 있다. SK가 일본을 후보지로 보는 것도 특정 생산시설 건설을 전제로 한 것이 아니라 필요한 생산능력을 얼마나 빠르게 확보할 수 있는지 조건을 따져보는 과정으로 풀이된다.


중국 업체들의 추격도 빨라지고 있다. CXMT는 최근 HBM3E 소량 생산 단계에 들어섰고 YMTC는 내년 말까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치고 글로벌 낸드 1위에 오르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최 회장도 중국 반도체 업체들의 추격을 거론하며 "SK하이닉스도 과거보다 10배 빠르게 해야 한다. 그것이 지금 가장 어려운 숙제"라고 말했다.


용인·청주·서남권 1100조...美 인디애나도 착공


국내에서는 이미 대규모 투자가 진행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6월 용인 600조원, 청주 100조원, 서남권 400조원 등 약 1100조원 규모의 중장기 투자 계획을 내놨다.


SK하이닉스 사옥 전경 / 사진제공=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네 번째 팹 완공 시점은 당초 2045년에서 2033년으로 12년 앞당긴다. 청주에는 낸드 신규 팹과 생산장비, HBM 첨단 패키징 투자가 예정돼 있다. 서남권에도 신규 생산거점을 단계적으로 구축한다.


미국에서는 지난달 27일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서 40억달러 이상 규모의 HBM 첨단 패키징 생산기지를 착공했다. 2028년 클린룸을 가동하고 2029년 하반기 차세대 HBM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웨이퍼는 한국에서 생산한 뒤 인디애나에서 패키징한다.


일본에는 키옥시아를 중심으로 반도체 생산 기반이 구축돼 있다. 키옥시아와 샌디스크는 지난달 27일 일본 정부 지원을 전제로 2032년까지 현지에 5조엔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두 회사가 지난 25년간 일본에 투입한 금액은 약 9조엔이다.


키옥시아 협력도 선택지...SK "日공장 확정 아냐"


SK하이닉스가 검토하는 키옥시아와의 협력은 키옥시아 자체 투자계획과는 별개다. 최 회장이 언급한 공동생산도 신규 합작공장이나 기존 공장 증설을 특정한 것은 아니라는 게 SK 측 설명이다. 현재 거론된 분야는 생산과 R&D, 공급망 등이다.


미국과 일본도 양자택일 관계는 아니다. SK 측은 "일본에서 투자를 검토한다고 미국을 배제하거나, 미국 투자를 추진한다고 일본 가능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투자 조건에 따라 양쪽 모두 사업을 진행할 수도 있고 어느 쪽도 선택하지 않을 수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GettyimagesKorea


최 회장은 지난 6월 향후 5년간 SK하이닉스의 전체 웨이퍼 생산능력을 두 배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신규 메모리 팹 건설에는 최소 3년이 걸린다. 용인과 청주 등 국내 생산시설 투자가 진행되고 미국 인디애나 공장도 착공했지만 일본을 포함한 추가 해외 생산거점의 지역과 투자 규모, 착공 시점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