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보톡스 균주' 소송이 9년째 이어지는 가운데, 메디톡스가 대웅제약에 요구하는 손해배상액을 기존 500억 원에서 5000억 원으로 10배 늘리면서 소송 규모가 크게 커졌다.
사건의 핵심은 대웅제약이 보툴리눔 톡신 제품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균주와 제조기술을 부당하게 사용했는지 여부다.
보툴리눔 톡신은 흔히 '보톡스'로 불리는 주름 개선 시술 등에 사용되는 의약품이다. 이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보툴리눔균에서 얻은 독소와 이를 생산하기 위한 제조기술이 필요한데,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이 자사의 균주와 제조공정 관련 영업비밀을 가져가 제품 개발에 활용했다고 주장해왔다.
메디톡스는 2017년 대웅제약과 지주사인 대웅을 상대로 균주 및 제조기술의 사용을 금지하고 손해를 배상하라는 민사소송을 냈다. 반면 대웅제약은 메디톡스의 주장을 부인하며 자체적으로 확보한 균주와 기술을 사용했다는 입장이다.
1심 법원은 2023년 대웅제약의 일부 책임을 인정했다.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영업비밀을 활용해 보툴리눔 톡신 개발 기간을 단축했다고 보고,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에 400억 원을 지급하고 관련 제조기술의 사용을 금지하도록 했다. 양측 모두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면서 현재 서울고법에서 2심이 진행 중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것은 2심에서 메디톡스가 손해배상 청구 규모를 크게 늘렸다는 점이다. 메디톡스는 기존 대웅제약에 대한 청구액 500억 원을 5000억 원으로 변경했다. 여기에 대웅제약의 지주사인 대웅에 대해서도 대웅제약과 공동으로 10억 원을 지급하라고 요구해 전체 청구금액은 5001억 원이 됐다.
그렇다면 당초 500억 원이었던 청구액은 왜 5000억 원까지 늘어난 것일까. 메디톡스는 이번 항소심에서 청구취지와 청구원인을 변경하면서 기존 요구했던 손해배상액에 4500억 원을 추가했다.
또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에게 추가된 4500억 원에 대한 청구취지 변경신청서가 송달된 다음 날부터 연 12%의 지연손해금도 지급할 것을 요구했다.
즉, 단순히 과거 손해에 대한 배상액만 늘린 것이 아니라 소송 과정에서 발생한 손해까지 반영해 배상 규모를 다시 산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이번 5000억 원은 법원이 확정한 배상금이 아닌 현재 재판에서 메디톡스가 대웅제약에 요구하고 있는 금액일 뿐으로, 실제로 얼마를 배상해야 하는지는 항소심 법원의 판단을 거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