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 경쟁으로 인한 교육비 부담이 저출산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지난 2일 김성은 세종대 경제학과 교수 연구진은 한국은행·경제정책연구센터(CEPR)·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공동 콘퍼런스에서 사교육 경쟁이 없었다면 한국 여성의 평균 자녀 수가 현재보다 28% 많았을 것이라는 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연구진은 부모가 자녀의 교육 성취도를 다른 가구와 비교하며 과도한 교육 투자에 나서는 현상을 '지위 경쟁'으로 규정했다. 한 가구가 사교육비를 늘리면 다른 가구도 자녀가 뒤처질 수 있다는 불안감에 지출을 확대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자녀 양육에 필요한 비용이 사회 전반적으로 과다하게 인식돼 출산을 포기하게 만든다는 분석이다.
실제 1970∼1975년생 여성의 평균 자녀 수는 1.92명이었지만, 지위 경쟁 효과가 없었다면 2.45명까지 늘어났을 것으로 추산됐다. 사교육 경쟁만 사라져도 출산율이 28% 상승할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저소득층이 사교육비 부담을 더 크게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소득 하위 20% 가구는 소득 대비 사교육비 비중이 8.4%에 달했지만, 상위 20% 가구는 5.1%에 그쳤다. 소득이 적을수록 교육비 지출이 가계에 미치는 압박이 컸다는 뜻이다.
연구진은 학원 심야교습 시간 규제가 지역과 시기별로 다르게 적용된 점을 활용해 사교육비 지출의 파급 효과를 분석했다.
그 결과 상위 15% 가구의 사교육비가 10% 줄어들면 하위 50% 가구의 사교육비 지출 비중도 평균 6%에서 0.4∼0.9%포인트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소득층의 교육비 지출 감소가 다른 계층의 부담 완화로 이어진다는 사실이 입증된 셈이다.
국제 비교에서도 유사한 패턴이 확인됐다. 교육 경쟁에 대한 우려가 큰 국가일수록 출산율이 낮고 하락 속도도 빠른 경향을 보였다. 한국을 비롯해 싱가포르, 칠레가 대표적인 사례로 지목됐다.
연구진은 해결책으로 고소득층의 사교육 지출에 세금을 부과하고, 그 재원을 출산장려금으로 사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비교 기준이 되는 상위 계층의 교육비 지출을 억제하면 사교육 경쟁이 완화되고, 추가 재정 부담 없이 출산율과 사회적 후생을 동시에 개선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2일부터 이틀간 CEPR, OECD와 함께 '인구 고령화와 장수의 경제학: 도전에서 기회로'를 주제로 공동 콘퍼런스를 개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