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8월 31일(월)

김동선의 '초고가 주택' 승부수... 갤러리아, 성장 한계 돌파할까

한화갤러리아가 초고가 주택 개발에 뛰어들었다. 백화점에서 확보한 초고액 자산가 고객을 주거 영역으로까지 확장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겠다는 김동선 부회장의 승부수로 풀이된다.


지난 21일 한화갤러리아는 공시를 통해 부동산 개발 자회사 하이엔드도산PFV를 채무자로 2100억 원 규모의 채무보증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한화갤러리아는 서울 강남구 신사동 633-3번지 2749.5㎡ 규모 부지를 2367억 원에 낙찰받고, 부동산 개발을 위해 하이엔드도산PFV를 신규 설립했다.


채권자는 더파크프라임제일차와 어센트도산제일차로, 채무보증기간은 내달 14일부터 이듬해 9월 13일까지다. 한화갤러리아는 PFV에 550억 원을 직접 대여하고 2100억 원 규모의 외부 차입에 대해서는 자금보충약정을 제공한다. 


2100억 원의 채무보증은 지난해 말 연결 기준 자기자본 8246억 3662만 원의 25.47%에 해당한다. 직접 대여와 채무보증을 합친 한화갤러리아의 금융지원 규모는 약 2650억 원 상당이다.


사진 제공 = 갤러리아


부동산 개발로 읽히기 좋은 이번 사업의 핵심은 백화점에서 명품을 구매하는 초고액 자산가를 주거 영역으로 끌어들여 고객당 수익을 확대하는 것이다.


갤러리아가 가진 가장 강력한 경쟁력은 점포 수나 외형이 아니다. 압구정 명품관을 중심으로 축적한 초고액 자산가 고객과의 접점, 명품 브랜드 네트워크, 프리미엄 상품을 기획·운영해 온 경험이 핵심 자산이다. 이를 고려하면 초고가 주택은 기존 역량과 가장 가까운 영역으로의 확장이라고 볼 수 있다.


문제는 백화점 사업만으로는 이 같은 경쟁력을 확장해 수익화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백화점은 VIP 고객의 구매액이 늘더라도 결국 상품 판매에서 발생하는 마진을 얻는 구조다. 롯데·신세계·현대 등 백화점 3사가 주요 상권을 선점한 상황에서 신규 출점을 통해 외형을 키우는 전략 역시 갤러리아에는 쉽지 않다.


실적은 회복세다. 한화갤러리아는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매출 2770억 원, 영업이익 275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흑자 전환했다. 다만 시장 내 입지는 오히려 좁아지고 있다. 백화점 시장점유율은 2024년 8%에서 지난해 6.4%, 올해 상반기 6.1%로 하락했다. 제한적인 점포망과 시장점유율을 고려하면 기존 백화점 사업만으로 외형을 크게 확대하기 어렵다.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김 부회장이 꺼내든 카드가 바로 초고가 주택 개발이다.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 / 사진 제공 = 한화


사업이 성공하면 갤러리아는 단순히 명품을 판매하는 백화점을 넘어 초고액 자산가에게 주거와 각종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하는 '럭셔리 플랫폼'으로 사업 영역을 넓힐 수 있다. 파이브가이즈 운영사 에프지코리아 매각을 추진하는 등 비핵심 사업을 정리하고 럭셔리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하지만 문제는 사업 자체보다 베팅의 '시점'이다. 갤러리아는 이미 상당한 투자 부담을 안고 있다. 갤러리아는 내년부터 약 7년에 걸쳐 압구정 명품관을 순차적으로 철거·재건축할 계획이며 예상 투자 금액은 약 9000억 원이다. 


전액이 한꺼번에 투입되는 것은 아니지만 단순 평균으로 환산하면 연간 약 1286억 원의 투자가 장기간 필요하다. 공사 과정에서 일부 매장의 영업이 중단될 가능성까지 고려하면 투자비뿐 아니라 영업현금흐름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신사동 사업 역시 갤러리아가 PFV에 550억 원을 직접 대여하고, 나머지 2100억 원은 PFV가 외부에서 조달하는 방식으로 당장 2650억 원의 현금이 한꺼번에 빠져나가는 구조는 아니다. 다만 시장은 2100억 원에 대한 자금보충약정에 주목한다. 분양이나 본PF 전환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모회사가 추가 자금을 투입해야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외부 차입 만기가 내년 9월로 예정돼 있어 그때까지 인허가와 사업계획을 마무리하고 안정적으로 본PF 전환에 성공할 수 있을지가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사진 제공 = 갤러리아


신사동 프로젝트가 갤러리아의 강점을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동시에 재무 부담을 감수해야 하는 양날의 검으로 해석되는 이유다. 초고가 주택 개발이 성공한다면 압구정 명품관을 통해 확보한 VIP 고객을 주거와 프리미엄 서비스로 확장하면서 백화점이라는 기존 사업 틀을 넘어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할 수 있지만, 반대로 분양이 지연되거나 본PF 전환에 실패할 경우 추가 자금 투입 부담이 발생하고, 압구정 명품관 재건축과 기존 차입금까지 겹치면서 재무 부담이 한층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사업의 성패 역시 단순히 초고가 주택을 얼마나 성공적으로 분양하느냐에 달려 있지 않다. 압구정 명품관 재건축에 약 9000억 원을 투입하는 동시에 기존 차입 부담을 감당하면서 새로운 성장축이 자리 잡을 때까지 갤러리아가 얼마나 안정적으로 버텨낼 수 있는지가 중요해졌다.


명품에서 주택으로의 확장은 갤러리아가 가진 고객과 브랜드 역량을 가장 직접적으로 활용하는 전략이다. 하지만 본업의 대규모 투자와 높은 차입 부담이 동시에 진행되는 만큼, 김동선 부회장의 '럭셔리 플랫폼' 구상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재무적 체력을 얼마나 유지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