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8월 31일(월)

기아가 PV5 문 활짝 연 이유... 특장·앱·사업모델까지 외부 '아이디어' 끌어모은다

기아가 첫 전용 PBV 'PV5'를 단순한 신차가 아니라 다른 기업과 사업자가 새로운 서비스를 얹을 수 있는 '사업 플랫폼'으로 키우고 있다.


차량 개발과 생산은 기아가 맡되, 그 위에서 어떤 제품을 만들고 어떤 서비스를 운영할지는 외부에 적극적으로 문을 여는 방식이다. 특장업체와 스타트업, 소프트웨어 개발사뿐 아니라 실제 차량을 사용하는 소상공인과 일반 소비자까지 PV5 생태계 안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는 최근 '제5회 PBV 아이디어 공모전'을 시작했다. 지난 2022년부터 이어온 행사지만 올해는 단순한 차량 아이디어 모집을 넘어 올해 비즈니스 부문을 별도로 마련했다


기아


분야는 ▲컨버전 ▲애프터마켓 용품 ▲솔루션(S/W) ▲비즈니스 ▲일반 등 5개다. 특장차 아이디어와 적재·수납 용품, 차량용 애플리케이션은 물론 PV5를 활용해 실제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모델까지 받는다.


눈에 띄는 대목은 '비즈니스' 분야다. 기아가 PV5에 어떤 기능을 더할지를 묻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이 차를 가지고 어떤 장사를 할 수 있는지까지 외부에서 답을 찾겠다는 의미다.


모인 아이디어는 실제 사업화 단계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열린 제4회 공모전에서 나온 교통약자용 PV5 WAV 평판·접이식 전동 램프는 시제품 제작과 검증을 거쳐 산업 전시회에 공개됐다. 종이를 활용한 친환경 차량용품 15종은 실제 판매를 준비하고 있고, 물류센터에서 상하차하는 동안 차량을 무선으로 충전하는 시스템은 로보택시와 연계한 실증이 추진되고 있다.


올해 역시 우수 아이디어에는 제품 개발을 위 PV5 차량 대여와 최대 5000만원 규모의 개발지원금이 제공된다. 사업성이 확인되면 제품 개발과 실증, 판매까지 연결한다는 계획이다.


PV5 / 기아


기아가 이처럼 외부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끌어들이는 배경에는 PBV의 태생적인 특성이 있다.


일반 승용차는 제조사가 차량의 성격과 기능을 상당 부분 결정해 시장에 내놓는다. 반면 PBV는 같은 차체라도 누가 사용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차가 된다.


택배업체에는 짐을 빠르게 싣고 내리는 구조가 중요하고, 캠핑 이용자에게는 수납과 숙박 공간이 필요하다. 교통약자가 이용하면 승하차 구조가 차량의 핵심 경쟁력이 된다. 사업자가 이동식 매장이나 서비스 차량으로 활용한다면 필요한 설비 역시 달라진다. 모든 용도를 완성차 업체가 직접 개발하기 어려운 구조다.


기아가 PBV의 의미를 기존개념에서 나아가 Platform Beyond Vehicle로 확장한 것도 이 때문이다. 완성된 차 한 대를 파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기본 플랫폼 위에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 비즈니스가 계속 붙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뜻이 담겼다.


외부 업체와의 협업 체계도 이미 넓어지고 있다.


PV5 WAV / 기아


기아는 PBV 전용 컨버전 센터와 글로벌 컨버전 파트너를 통해 특장 모델을 확대하고 있다. 외부 특장업체가 PV5를 기반으로 자체 모델을 기획·개발할 수 있도록 차량 구매와 연구개발, 마케팅 등을 지원하는 협업 구조도 마련했다.


PBV 라인업도 빠르게 다음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 기아는 31일 PV5에 이은 두 번째 전동화 PBV이자 대형급 모델인 'PV7'의 티저를 처음 공개했다. PV7은 오는 9월 독일 하노버에서 열리는 'IAA 트랜스포테이션 2026'에서 세계 최초로 실차가 공개될 예정이다.


기아는 PV7에 이어 2029년 PV9까지 투입하고 40종 이상의 바디타입을 구축할 계획이다. 2030년에는 PBV 연간 판매량을 23만2000대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도 세웠다.


차종과 활용 산업이 늘어날수록 기아 혼자 모든 수요를 찾아내고 대응하기는 어렵다. 물류 현장의 불편은 물류업체가 가장 잘 알고, 캠핑에 필요한 공간은 실제 이용자가 더 잘 안다. 차량용 소프트웨어나 새로운 서비스 역시 외부 개발사와 사업자에게서 더 빠른 답이 나올 수 있다.


기아가 PV5를 외부에 열어놓는 이유다.


앞으로 PBV 경쟁은 주행거리나 적재공간 같은 차량 자체의 성능만으로 갈리기 어렵다. 같은 차를 얼마나 많은 방식으로 바꿀 수 있는지, 그 위에서 얼마나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가 만들어지는지가 경쟁력의 일부가 된다.


더 기아 PV7 티저 / 기아


PV5의 성패 역시 차 한 대를 얼마나 잘 만들었느냐에만 달려 있지 않다. 기아가 만든 플랫폼 위에서 얼마나 많은 기업과 사용자가 새로운 사업을 만들어내느냐가 PBV 사업의 크기를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