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코리아 부산공장이 스웨덴 전기차 브랜드 폴스타의 글로벌 생산망에서 입지를 빠르게 넓히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북미 수출용 '폴스타 4' 생산을 시작한 데 이어, 오는 9월 글로벌 판매를 시작하는 신형 '폴스타 4 SUV'도 부산에서 만들어진다. 중국에 집중됐던 폴스타 4의 생산망이 한국까지 확대되면서 부산은 폴스타의 새로운 글로벌 생산 거점으로 자리 잡고 있다.
폴스타가 부산을 선택한 배경에는 자체 공장 투자를 최소화하는 '자산 경량화(asset-light)' 전략과 르노코리아 부산공장의 생산·수출 경쟁력이 맞물려 있다. 여기에 글로벌 공급망 다변화와 한국 전기차 시장의 성장까지 더해지면서 부산 생산의 전략적 의미도 커지고 있다.
새 공장 대신 검증된 생산기지…부산과 맞아떨어진 '자산 경량화'
폴스타는 세계 곳곳에 자체 공장을 새로 짓기보다 주요 주주와 협력사가 보유한 생산시설을 활용하는 자산 경량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
막대한 자금과 시간이 필요한 신규 공장 건설 부담을 줄이면서도 시장 상황에 맞춰 생산지역을 빠르게 확대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부산공장은 이런 폴스타의 생산 전략과 잘 맞는 조건을 갖췄다.
2022년 르노그룹과 지리홀딩이 한국에서 신차 공동 개발·생산을 위한 협력에 나서면서 기반이 마련됐고, 같은 해 지리자동차가 르노코리아 지분 34.02%를 인수하며 협력 관계도 강화됐다.
폴스타는 이듬해인 2023년 11월 폴스타 4를 2025년 하반기부터 르노코리아 부산공장에서도 생산하겠다는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당시 폴스타는 이를 '제조 거점 다변화'의 다음 단계라고 설명했다.
부산공장은 20년 넘게 축적한 완성차 생산 경험과 약 2000명의 숙련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완성차 수출항과 가까워 생산한 차량을 곧바로 해외 시장으로 연결하기에도 유리하다.
폴스타 입장에서는 공장과 인력, 수출 인프라를 새로 구축하지 않고도 중국 밖에 새로운 생산거점을 확보할 수 있는 셈이다. 르노코리아 역시 부산공장의 생산능력을 활용해 전기차 물량을 확보하면서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
공급망 다변화 효과 커져... 글로벌 전략에서 부산 존재감 확대
폴스타가 추진해온 생산망 다변화 전략은 최근 자동차 산업 환경이 빠르게 변하면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전기차를 둘러싼 각국의 관세와 규제가 복잡해지고 공급망 안정성이 주요 경쟁력으로 떠오르면서 생산지역을 여러 국가로 나눠 놓는 전략의 가치가 커지고 있어서다.
폴스타 4 역시 중국 항저우만에 집중됐던 생산을 부산으로 확대하면서 시장 상황에 따라 생산과 공급을 조정할 수 있는 여지를 넓혔다.
특히 부산의 역할은 계속 확대되고 있다.
기존 폴스타 4에 이어 오는 9월 글로벌 판매에 들어가는 폴스타 4 SUV도 부산에서 생산된다. 신형 모델은 한국에서 생산돼 대부분의 글로벌 시장으로 공급될 예정이다.
폴스타가 부산을 단순한 보조 생산기지가 아니라 폴스타 4 라인업의 주요 생산축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 부산에서 만들고 한국에서도 팔린다... 커지는 한국 시장
부산 생산의 가치를 높이는 또 다른 요인은 한국 시장의 성장이다.
폴스타코리아는 지난해 국내에서 2957대를 판매했고, 올해 판매 목표를 4000대로 높였다. 기존 폴스타 4에 폴스타 3와 폴스타 5를 추가하며 국내 라인업도 확대하고 있다.
특히 폴스타 4는 올해 상반기에만 국내에서 2412대가 판매되며 브랜드 성장을 이끌었다. 같은 기간 국내에서 판매된 유럽 브랜드 전기차 가운데 단일 모델 기준 가장 많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비자들의 구매 성향도 눈에 띈다.
폴스타 4 구매자 가운데 고가 옵션인 플러스 팩과 상위 트림인 듀얼모터를 선택하는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 가격보다 디자인과 성능, 상품성을 중시하는 국내 프리미엄 전기차 수요가 폴스타가 지향하는 브랜드 전략과 맞물리고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폴스타에게 한국은 생산과 판매가 동시에 성장하는 시장으로 자리 잡고 있다.
부산에서는 폴스타 4와 신형 폴스타 4 SUV를 생산해 세계 시장으로 보내고, 국내에서는 폴스타 4를 중심으로 판매 기반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자산 경량화 전략으로 시작한 부산 생산은 공급망 다변화 효과까지 더해지며 폴스타의 글로벌 생산 전략에서 중요한 축으로 성장하고 있다. 여기에 국내 판매와 신차 투입까지 확대되면서 한국은 폴스타에게 차량을 만드는 생산기지이자 브랜드 성장을 이끄는 주요 시장으로 존재감을 높여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