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8월 31일(월)

경찰 향해 시선 돌린 CCTV?... 제주서부서 앞에 등장한 공익광고의 정체

제주 장 모씨 실종 사건을 둘러싼 경찰의 부실 대응 논란이 확산하는 가운데, 공권력을 향해 렌즈를 돌린 특별한 공익광고가 제주 거리에 나타나 눈길을 끌고 있다.


31일 광고 전문가 이제석씨가 이끄는 이제석 광고연구소는 전날 제주시 한림읍 일대와 제주서부경찰서 주변에서 게릴라 공익캠페인을 펼쳤다고 공개했다.


이번 프로젝트의 백미는 감시 대상의 전환이다. 평소 시민을 향하던 CCTV 카메라가 이번에는 경찰을 직접 겨냥한다. 


유튜브 '이제석의 광고 아카이브'


제주서부경찰서가 시야에 들어오는 지점에 촬영 기능이 없는 모형 CCTV를 설치하고, 그 주변에는 다수의 시민이 한 방향을 주시하는 이미지를 함께 배치했다.


설치물에는 "더 큰 힘엔, 더 큰 견제, 국민이 지켜봅니다"라는 메시지가 선명하게 적혔다. 시민 안전을 위해 존재하던 CCTV가, 이번에는 강력한 권한을 지닌 공권력을 감시하는 '시민의 시선'으로 탈바꿈한 셈이다.


이 캠페인은 지난 5월 실종 신고가 접수된 장씨 사건에서 경찰관 A경장이 실제로는 장씨와 연락하지 않았음에도 연락이 된 것처럼 거짓으로 사건을 마무리하고, 실종 관련 자료를 경찰 전산에서 삭제한 정황이 밝혀지며 불거진 초동 수사 논란을 겨냥한 것이다.


더욱이 경찰의 실종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 동안 장씨의 최종 동선을 담은 주변 CCTV 영상 다수가 보관 기한 경과로 소실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비판 여론은 더욱 거세졌다. 


장씨는 실종 신고 104일 만인 지난 24일 제주시 한림읍 한 야자수 농장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유튜브 '이제석의 광고 아카이브'


이제석 광고연구소 측은 이번 작품에 대해 "개인을 겨냥한 공격이 아니라 시스템의 구조적 결함과 책임 소재를 풍자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설명을 내놨다.


캠페인에 활용된 CCTV는 실제 촬영이나 녹화, 개인정보 수집 기능이 전혀 없는 조형물이다. 이 설치물은 일회성 퍼포먼스 형태로 운영됐으며 당일 자발적으로 철거됐다.


이제석씨는 2011년 경찰청 공식 홍보위원 위촉 이후 약 15년간 경찰 및 치안 유관기관의 공익캠페인과 이미지 개선 프로젝트에 참여해온 인물이다.


그는 이번 캠페인에 대해 "오랜 기간 경찰의 긍정적인 면모를 알리는 작업을 해왔기에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심정이 더욱 무겁다"며 "경찰은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동시에 막강한 공권력을 보유한 기관인 만큼 큰 권한에는 그만큼 큰 책임과 견제가 수반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이번 일을 계기로 경찰이 국민의 신뢰와 권위를 조속히 회복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제석씨는 최근 선거관리위원회의 투표용지 관리 논란을 꼬집은 '당신의 소중한 0표', 성수대교 단차 문제의 안전점검을 요구한 '속을 봐야 보입니다' 등 사회 이슈를 파고든 작품들을 연이어 공개해온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