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8월 31일(월)

24만원 위스키 통 54년 묵혔더니... 5억 잭팟 터진 영국 80대

54년 전 자녀 학비 마련을 위해 단돈 24만 원에 사들인 위스키 원액 한 통이 반세기 만에 약 5억 원의 가치를 지닌 희귀 매물로 재탄생했다. 판매 업체의 도산으로 행방이 묘연해져 투자금을 완전히 날린 줄 알았던 원액통이 완벽한 보존 상태로 발견되면서 원금 대비 약 2000배에 달하는 수익을 거두게 됐다.


30일(현지시간) 영국 방송 BBC에 따르면 영국 서리주에 거주하는 앵거스 커(81)는 1971년 글렌로시스 싱글 몰트 위스키가 담긴 캐스크(위스키 숙성용 나무통) 1통을 130파운드(약 24만 원)에 사들였다.


당시 제조업체 롤스로이스의 부도로 1000파운드(약 185만 원)가 넘는 손실을 봤던 그는 갓 증류한 원액을 통째로 매입해 5년 뒤 되팔 계획을 세웠다. 그는 "당시 돈을 잃더라도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투자를 결정했다"며 "잘못돼도 그 안에서 헤엄이라도 칠 수 있겠다고 여겼다"고 회상했다.


앵거스 커(81)가 지난 1971년 투자한 글렌로시스 싱글 몰트 위스키가 담긴 캐스크(위스키 저장용 나무통) 모습 / 중개업체 마크 리틀러 공식 홈페이지


그러나 원액 판매 업체가 파산하면서 캐스크의 보관 위치를 확인할 길이 사라졌고, 커는 투자금을 전액 손실 처리한 채 반세기 넘게 잊고 지냈다. 수십 년간 묻혔던 원액통의 존재는 최근 해당 캐스크를 보관해 온 창고 측이 커에게 보관료를 청구하는 연락을 보내오면서 극적으로 확인됐다.


커의 의뢰를 받아 위스키 중개를 맡은 마크 리틀러에 따르면 해당 통 안에는 700ml 기준 약 287병 분량의 위스키가 담겨 있었다.


통상 50년 이상 장기 숙성한 캐스크는 알코올 도수가 40도 미만으로 떨어져 스카치 위스키 법적 기준을 상실하거나 지나친 목재 향으로 풍미가 훼손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 캐스크의 알코올 도수는 42.2도를 유지했으며 시음 전문가들로부터 맛과 품질 면에서 호평을 받았다.


글렌로시스 증류소가 공식 출시한 최고령 빈티지는 51년산으로 병당 3만7000파운드(약 6900만 원)에 판매된 바 있다. 커가 보유한 원액은 이를 넘어서는 57년 숙성물로, 글로벌 위스키 데이터베이스인 '위스키베이스' 기준 브랜드 역사상 가장 오래된 원액 매물로 확인됐다.


중개업체가 산정한 예상 낙찰가는 27만 파운드(약 5억 원)다. 물가 상승률을 반영한 현재 원금 가치(약 445만 원)와 비교해도 100배를 웃도는 차익이다. 중개인 리틀러는 "복권 당첨 확률이 더 높다"며 "파산한 업체에서 서류도 없이 산 통이 아무도 알려주지 않은 창고에 남아 최고령 매물이 된 사례는 처음 본다"고 설명했다.


평소 고가 위스키를 즐기지 않는다는 커는 판매 대금을 8명의 자녀와 손주를 위해 사용할 방침이다. 그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나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처럼 27만 파운드를 잔돈으로 여기는 사람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