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 상태로 뺑소니 사고를 낸 뒤 아내를 운전자로 내세운 의혹을 받는 현직 경찰관이 입건됐다. 실제 운전자가 뒤늦게 밝혀지는 사이 사고 발생 이틀이 지나면서 음주 측정 시기를 놓쳐 음주운전 혐의 적용에도 어려움이 예상된다.
31일 JTBC '사건반장'에 따르면 사고는 지난 4일 오후 11시쯤 광주 북구의 한 도로에서 발생했다.
당시 퇴근길 1차로를 달리던 피해자 차량 뒤로 승용차 한 대가 빠른 속도로 접근했다. 가해 차량은 피해자 차량을 추월한 뒤 오른쪽 방향지시등을 켰다가 갑자기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피해 차량 측면을 들이받았다.
사고 직후 가해 차량은 잠시 멈추는 듯했지만 운전자는 차에서 내리지 않았다. 이후 반대편 차로로 역주행해 현장을 빠져나간 것으로 전해졌다.
가해 차량의 움직임을 수상하게 여긴 피해자는 음주운전을 의심해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그런데 사고 이틀 뒤 예상치 못한 연락이 왔다. 한 여성이 피해자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이 사고 당시 차량을 운전했다고 주장한 것이다.
여성은 "남편이 알면 안 되는 사정이 있다"며 "보상금은 서운하지 않게 드리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후 가해자 측 변호사가 피해자에게 밝힌 내용은 달랐다. 변호사는 실제 운전자가 여성의 남편인 A씨라고 밝히면서 A씨가 사고 전 술도 조금 마신 상태였다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도 여성의 진술에는 석연치 않은 부분이 발견됐다.
여성은 사고 당일 차량의 출발지와 이동 경로 등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고, 인근 폐쇄회로(CC)TV에는 여성이 아닌 A씨가 운전석에 타는 모습이 포착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수사망이 좁혀지자 A씨는 자신이 사고 차량을 운전했다고 인정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사고 전 맥주 한두 잔을 마셨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광주 북부경찰서 소속 현직 경감으로 확인됐다. 피해자는 관련 보도가 나온 이후에야 자신과 사고가 난 차량의 운전자가 경찰관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운전자 바꿔치기로 사고 발생 후 이틀이 지나면서 A씨에 대한 음주 측정은 이뤄지지 못했다. 이에 따라 음주운전이나 위험운전치상 혐의를 적용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은 현재 광주 서부경찰서로 이관됐다. 경찰은 A씨를 사고 후 미조치와 범인도피 관련 혐의로 입건했으며 지난 11일 직위 해제 후 대기발령 조치했다.
피해자는 "실제 사고를 낸 A씨로부터 아직 사과 한마디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