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0년까지 우주항공·AI에 55조...누리호 체계종합·제주서 연 100기 생산
엔진·위성·통신에 KAI 완제기 역량 연결...김동관, 2021년부터 우주사업 직접 챙겨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지분 15.89%를 확보한 한화그룹이 발사체와 위성망, 인공지능(AI)을 잇는 '한국판 스페이스X' 청사진을 일반 대중에게 공개했다. KAI 2대 주주로 올라선 데 이어 55조원 규모의 투자계획과 이미 확보한 기술·생산 기반을 알리며 민간 우주기업으로서의 장기 구상을 제시했다.
지난 30일 한화그룹은 29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큐브컨벤션센터에서 '한화 우주 컨퍼런스(Space, With Us)'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과학 커뮤니케이터 궤도와 전은지 KAIST 항공우주공학과 교수, 정의훈 우주 전문 애널리스트, 조승연 작가, 지웅배 천문학자가 강연자로 참여했다.
강연은 우주탐사가 바꾼 인류의 역사부터 우주산업의 경제적 가치, 교육 현장과 10년 뒤 일상의 변화까지 이어졌다. 정의훈 애널리스트는 '한국판 스페이스X, 숫자로 보면 보입니다'를 주제로 한국 우주산업의 현주소와 민간 기업의 역할을 짚었다.
행사에 참석한 이종현 연세대 공학대학원 인공지능 석사과정 학생은 "발사체부터 위성, AI 인프라까지 하나의 생태계로 연결돼야 한다는 점을 배웠다"며 "우리나라에도 우주산업을 선도할 대표기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발사체 23조·위성망 20조...누리호·제주서 생산 기반
한화가 지난달 공개한 우주항공·AI 투자계획은 2040년까지 총 55조원 규모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독자 우주발사체와 시험시설에 약 23조원을 투입하고, 한화시스템은 초저궤도 합성개구레이더(SAR) 위성과 우주 AI 데이터센터, 저궤도 위성통신망에 약 20조원을 투자한다.
경남 창원에 들어설 국방 AI 데이터센터에는 2030년까지 10조원 이상이 투입된다. 전장 데이터를 학습·추론하는 국방 AI 모델 '디펜스 OS' 개발에도 2040년까지 약 2조원을 배정했다.
발사체 분야에서는 누리호 제작 경험을 쌓았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누리호에 탑재된 엔진을 제작해 왔으며 2022년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누리호 고도화사업 체계종합기업 계약을 맺었다. 지난해에는 민간 체계종합기업으로 누리호 4차 발사를 수행했다.
위성 생산시설도 가동 중이다. 한화시스템은 지난해 12월 제주 서귀포시에 3만㎡ 규모의 제주우주센터를 준공했다. 위성 개발·조립과 기능·성능시험, 우주환경시험을 한곳에서 수행하며 올해부터 SAR 위성을 연간 최대 100기 생산할 수 있다.
한화시스템은 2023년 1m급 소형 SAR 위성을 발사한 데 이어 0.5m급과 0.25m급 위성을 개발하고 있다. 지구 상공 400㎞ 이하 초저궤도에서 0.15m급 영상을 촬영하는 초고해상도 SAR 위성 개발도 진행 중이다.
한화가 계획한 통합 우주 인프라는 고도 350㎞의 관측위성군과 400㎞ 상공의 우주 AI 데이터센터, 900㎞에 배치할 저궤도 위성통신망으로 구성된다. 한화시스템은 2031년까지 SAR 위성 64기를 운영하고 저궤도 통신망은 위성 192기로 서비스를 시작한 뒤 60기 이상을 추가 발사할 계획이다.
엔진·위성에 KAI 완제기 역량...창원·사천·고흥·제주 연결
한화그룹이 보유한 KAI 지분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9.90%, 한화시스템 4.98%, 한화에어로스페이스USA 1.01% 등 총 15.89%다. 한화시스템이 이달 KAI 지분 3.45%를 장내에서 추가 매입하면서 그룹 지분율이 15%를 넘어섰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항공기 엔진과 우주발사체를, 한화시스템은 레이더와 항공전자, 위성·통신체계를 맡고 있다. KAI는 KF-21과 FA-50, T-50, 수리온 등 완제기 개발·생산과 위성 체계종합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한화는 KAI 지분 확대 목적을 항공우주·방산 분야의 사업 협력 확대라고 밝혔다.
지역별 생산거점도 연결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있는 경남 창원은 발사체와 항공엔진, KAI 본사가 있는 사천은 완제기, 전남 고흥은 발사, 제주는 위성 생산을 맡는 우주·항공 산업벨트다.
한화의 우주사업은 김동관 부회장이 2021년 그룹 우주사업 협의체 '스페이스허브'를 맡으면서 계열사별 역량을 한데 모으기 시작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발사체·엔진과 한화시스템의 위성·통신, 쎄트렉아이의 위성 제작 인력이 참여했다. 김 부회장은 스페이스허브 출범 당시 "누군가는 해야 하는 게 우주산업"이라며 직접 사업을 챙기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화는 KAIST 항공우주공학과와 청소년 우주교육 프로그램 '우주의 조약돌'도 5년째 운영하고 있다. 올해 컨퍼런스는 이 프로그램을 일반 대중으로 확장해 마련했으며 우주항공청이 후원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컨퍼런스에 참여한 많은 분의 호응을 통해 우주산업에 대한 높은 관심을 확인했다"며 "대한민국이 AI 우주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우주산업 인프라 구축과 미래 세대 육성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