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8월 30일(일)

이란전서 미사일 2000발 쏟아부은 미국, 결국 심각한 '재고 부족상태' 빠졌다

미국이 이란과의 교전 과정에서 요격미사일 2000발 이상을 사용하면서 유럽 지역의 미사일 재고가 심각한 수준으로 감소했다. 이로 인해 미 유럽사령부는 작전계획을 수정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으며, 태평양 지역의 대만 방어태세에도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8일(현지 시간) 미 당국자들을 인용해 유럽 내 미군의 패트리엇(PAC-3) 요격미사일과 에이태큼스(ATACMS) 지대지미사일 재고가 군 내부에서 '심각한 부족 상태(beyond critical)'로 평가받고 있다고 전했다. 패트리엇은 방어용 요격미사일이고, 에이태큄스는 지상 표적을 타격하는 공격용 무기다.


미 당국자들에 따르면 미군은 7월 중순까지 이란의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막는 데 패트리엇 요격미사일 약 1700발을 사용했다. 또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요격미사일 200발 이상, 해군 함정의 스탠더드 요격미사일 150발도 발사됐다. 세 종류의 요격미사일 사용량을 합치면 2000발을 초과한다.


2026년 3월 5일 지중해에서 진행 중인 알레이 버크급 유도탄 구축함 USS 토마스 허드너(DDG 116)가 토마호크 지상 공격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는 모습 / GettyimagesKorea


AP통신 역시 익명의 미 국방 당국자와 나토 당국자를 인용해 유럽 주둔 미군이 심각한 패트리엇 부족 사태를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백악관과 미 국방부는 미국이 이란과의 전투를 지속하고 다른 지역 위협에도 대응할 충분한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도 동맹 방어와 우크라이나 지원을 계속할 만큼 방공 요격미사일이 충분하다고 밝혔지만, 유럽 내 미군의 PAC-3 재고 현황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재고 부족 사태는 태평양 지역의 군사 대비태세에도 타격을 주고 있다. WSJ은 중국이 가까운 시일 내에 대만을 침공할 경우 미국이 대만 방어 비상계획을 모두 실행하기 어렵다고 판단하는 미 행정부 당국자가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과 이란은 최근 몇 주간 상호 직접 공격을 대부분 중단한 상태다. 서방 군 당국자들은 중국이나 러시아가 당장 대규모 군사 행동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하지만 일본과 한국, 독일 등에 주둔했던 미군 무기를 중동으로 이동시킨 후 원래 수준으로 재고를 복구하는 데는 수년이 걸릴 수 있다고 미 당국자들은 전망했다.


유럽에서는 패트리엇과 에이태큄스 외에도 정밀타격미사일과 유도 로켓 재고가 매우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사드 요격미사일과 드론 대응체계 메롭스(Merops)도 유럽에서 중동으로 재배치됐다.


숀 게이니(왼쪽) 중장 사무엘 A. 2017년 8월 22일, 평택 오산 공군기지의 PAC-3 발사장 앞에서 미국 미사일방어국(2군) 국장, 존 하이튼 미국 전략사령부(3군) 사령관이 경청하고 있다 / GettyimagesKorea


미군은 유럽과 태평양 지역의 방공부대까지 중동에 배치하면서 해당 부대의 파견 기간도 연장됐다.


당국자들은 미군이 향후 다른 위기 상황에 대응하는 데도 부담이 커졌다고 전했다. 이런 군사자산 이동은 기존 국방부 절차에 따라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의 승인을 받아 진행됐다.


미군은 요격미사일 소모를 줄이기 위한 조치도 시행했다. 맞대응의 효과와 탄약 소모를 검토하면서 호르무즈해협 선박을 노린 이란의 공격에는 보복을 자제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미사일 재고를 둘러싼 내부 논의가 진행되던 7월 말 이란 공습을 일시 중단했다. 일부 구형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은 정비를 거쳐 재사용 가능하도록 조치했다.


재고 감소는 미국의 이란 작전뿐 아니라 동맹국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산 무기를 구매한 동맹국들은 납품 지연을 겪고 있으며, 미 당국자들은 재고 부족으로 서방의 우크라이나 추가 요격미사일 지원 여력도 크게 줄었다고 전했다. 러시아가 인구 밀집 지역에 미사일 공격을 지속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의 방공무기 부족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육군 전술 미사일 시스템(ATACMS)이 2022년 10월 05일 한미 연합 훈련 중 발사되는 모습 / GettyimagesKorea


유럽의 부담은 미사일 부족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미 국방부가 유럽 주둔 미군의 전력 배치를 재검토하고 있어 현지 미군 병력이 추가로 감축될 가능성도 있다. 로저 위커 미 상원 군사위원장은 전력 검토 과정에서 궁지에 몰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공격적으로 나설 위험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감소한 무기 재고를 복구해야 하지만 이란과의 충돌 위험은 여전히 존재한다. WSJ은 트럼프 행정부가 군사력으로 이란의 양보를 이끌어내지 못하자 경제적 압박에 다시 무게를 싣고 있다고 분석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경제 압박에 집중하면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이란과 대규모 전투를 재개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아랍권 당국자들과 전직 미 당국자들은 강력한 경제 제재가 이란의 군사 보복을 촉발해 미군이 요격미사일을 다시 대량으로 사용하게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미 국방부 관리로 일한 대니얼 샤피로 미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 선임연구원은 "이란은 막대한 고통을 감수할 의지가 있지만 미국과 세계 경제에도 타격을 가할 수단을 갖고 있다"며 "이란이 선택할 수단은 미군이 거의 반드시 대응해야 할 군사 행동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