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하영의 증조부인 의사 안상호가 1919년 고종의 죽음을 둘러싼 '독살설'과 관련해 의혹을 받았다는 내용이 군포시가 발간한 공식 향토자료에 기록돼 있던 사실이 확인됐다.
최근 안상호를 '항일 민족의식이 강했던 인물'로 소개했던 안양시의 과거 자료가 논란 끝에 비공개 처리된 가운데, 20여 년 전 다른 지방자치단체가 발간한 자료에서는 정반대에 가까운 기록이 발견된 것이다.
30일 주간경향 등에 따르면 국가기록원과 경기도메모리 등에 보관된 '군포시 지명유래 및 씨족역사'에는 안상호가 '군포의 인물' 중 근대 인물 첫 번째로 소개돼 있다.
해당 자료는 군포시가 경기대학교 전통문화연구소에 의뢰해 제작한 향토사료 학술조사용역 결과물로 2004년 2월 발간됐다. 총 264쪽 분량으로 경기도메모리에도 생산자와 발행자가 모두 군포시로 등록돼 있다.
자료는 안상호가 일본에서 의사 자격을 취득한 뒤 귀국해 왕실 진료에 참여하고 서울 종로에서 개인 진료소를 운영했던 이력 등을 소개한다.
그러면서 1919년 고종의 죽음을 둘러싸고 당시 안상호에게 제기됐던 의혹을 별도로 기록했다.
자료에는 고종의 진료에 참여했던 안상호 등이 "일본인의 사주로 고종에게 독약을 올렸다는 의혹을 입었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겼다. 실제 해당 대목은 현재 공개된 군포시 향토자료 원문에서도 확인된다.
다만 이 기록이 안상호의 고종 독살 가담을 입증하는 것은 아니다.
군포시 자료 역시 관련 의혹을 소개한 뒤 자료가 부족해 그 진위를 함부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선을 그었다. 안상호가 실제로 고종 독살에 가담했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확정적인 사료 역시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았다.
고종 독살설은 1919년 고종이 갑작스럽게 사망한 직후 사회에 광범위하게 퍼졌던 소문이다. 국사편찬위원회 '신편 한국사' 역시 당시 여러 추측 가운데 독살설이 큰 영향을 미쳤으며, 3·1운동을 앞둔 민심에도 상당한 영향을 줬다고 설명한다.
앞서 안양시 시민기자단은 2020년 광복 75주년을 맞아 게시한 글에서 안상호를 지역의 독립운동가 가운데 한 명으로 소개했다. 그러나 최근 그의 친일 행적 논란이 불거지자 안양시는 지난 11일 해당 글을 비공개 처리했다. 안양시는 당시 안상호의 친일 행적을 파악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이보다 16년 앞선 2004년 군포시 향토자료에는 이미 안상호를 둘러싼 고종 독살 의혹이 별도로 기록돼 있었다.
안상호의 과거 행적은 증손녀인 배우 하영이 방송에서 자신의 가족을 '4대째 의사 집안'이라고 소개한 뒤 잇따라 재조명됐다.
안상호는 1916년 조직된 대정친목회의 평의원 명단에 이름을 올린 사실이 확인됐다. 대정친목회는 조선인과 일본인의 친목을 내세운 단체로, 을사오적 이완용 등이 주요 인물로 참여했다.
민족문제연구소는 안상호가 대정친목회 평의원과 이토 히로부미 추도회 준비위원 등으로 활동한 기록을 근거로 그의 행위를 "명백한 친일 행위"라고 평가했다. 다만 안상호는 정부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결정한 친일반민족행위자 명단에는 포함돼 있지 않다.
1909년 독립운동가 이재명 의사의 공격으로 중상을 입은 이완용을 치료한 의료진 가운데 안상호가 포함됐다는 기록도 남아 있다.
최근에는 안상호가 일제강점기 초 현재의 군포시 금정동 일대 경부선 철도 주변에 약 2700평 규모의 논을 소유했던 사실도 토지조사 자료를 통해 확인됐다. 다만 해당 토지를 친일 행위의 대가로 취득했다는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