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8월 27일(목)

"대변검사·내시경 안 해도 된다"... '피 한 방울'로 대장암 판별하는 기술 개발한 국내 연구진

혈액검사만으로 대장암을 찾아낼 수 있는 새로운 진단법이 등장했다. 분변 채취와 장 세척 등 번거로운 과정 없이도 90% 이상의 정확도로 대장암을 발견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최근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변정식 교수와 홍승욱 교수 연구팀은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한 세포유리DNA 혈액진단법으로 대장암 검출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대장암 환자 302명, 진행성 대장용종 환자 108명, 정상 대조군 1267명 등 총 1677명을 대상으로 이 검사법을 적용했다.


서울아산병원


세포유리DNA 혈액진단법은 혈액 속 암세포에서 나온 세포유리DNA의 특성을 파악하는 방식이다.


연구팀은 채혈로 얻은 혈액에서 세포유리DNA를 추출한 뒤, 차세대염기서열분석을 통해 DNA 조각의 길이와 말단 구조, 유전체 분포 등을 살폈다. 이후 인공지능 딥러닝 모델이 암 발생 여부를 가려냈다.


분석 결과 대장암 진단 민감도는 90.4%에 달했다. 정상 대조군 특이도는 94.7%로 나타나 암이 없는 사람을 정확하게 구별해냈다.


병기별로 보면 1기 84.2%, 2기 85.0%, 3기 94.4%, 4기 100%의 민감도를 보였다. 내시경 치료가 가능한 초기 대장암도 90%의 민감도로 포착했다.


암으로 발전할 위험이 있는 진행성 대장용종의 경우 민감도가 58.3%였다. 이는 현재 사용 중인 분변잠혈검사의 진행성 대장용종 민감도 25~40%보다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대장암의 단계적 생성 및 진행 과정 / 대한위대장내시경학회


대장암 검진은 번거롭다는 인식 탓에 참여율이 저조한 편이다. 국가 대장암 검진 수검률은 44.4%로 주요 암종 중 가장 낮다.


현재 국가 검진 체계는 분변잠혈검사를 기본으로 하며, 양성 판정이 나오면 대장내시경을 받도록 권한다. 대변을 직접 채취해야 하고 대장내시경을 받으려면 사전에 장을 비워야 한다는 부담이 크다.


변정식 교수는 "기존 검진 과정에서 느꼈던 부담감을 줄이고 혈액검사만으로 편리하게 대장암을 선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20~40대에서도 대장암 발생이 늘고 있는 만큼 혈액진단의 편의성과 인공지능 기술이 결합하면 보다 편리한 검진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혈액검사가 당장 국가검진을 대체할 수준은 아니지만, 검사의 접근성을 높여 검진 참여율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gettyimagesBank


대장암을 조기에 발견하면 내시경 절제술 등 상대적으로 환자 부담이 적은 치료가 가능하다. 연구팀은 이번 혈액검사 기술이 대장암 조기 발견과 치료 성과 향상에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미국소화기학회지(American Journal of Gastroenterology)'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