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우림의 상징적인 나비인 푸른모르포나비가 기후변화로 인한 고온에 노출될 경우 특유의 영롱한 무지갯빛을 잃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지난 26일(현지 시간) 한겨레가 인용한 미국 파나마 소재 스미소니언 열대연구소(STRI)는 푸른모르포나비의 번데기가 변태 과정에서 높은 온도에 노출되면 성충이 됐을 때 날개의 무지갯빛 광택이 현저히 줄어드는 현상을 실험으로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국립과학원회보 넥서스' 8월호에 게재됐다.
푸른모르포나비는 대형 나비종으로 열대우림 지역에 분포하며, 강렬한 푸른색 날개로 널리 알려져 있다. 휴대전화 이모티콤에도 등장할 만큼 상징성이 큰 이 나비가 기후변화에 따른 기온 상승으로 어떤 변화를 겪는지 알아보기 위해 연구팀은 실험에 착수했다.
연구팀은 성충이 되기 전 단계인 번데기를 세 가지 온도 환경에 각각 배치하고 우화 과정을 관찰했다.
첫 번째는 현재 푸른모르포나비가 서식하는 열대 지역 온도이며, 두 번째는 이보다 낮은 온대 지역 온도, 세 번째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의 고배출 시나리오에 따른 고온 환경이다. 고배출 시나리오는 산업화 이전 대비 기온이 3.5도 상승한 상황을 가정한다.
변온동물은 주변 환경의 온도나 습도, 먹이 등에 따라 외형이나 생리적 특성을 바꾸는데, 특히 나비는 발달 단계에서 온도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해 날개 색상과 구조가 크게 달라진다.
연구팀은 고온이 나비의 무지갯빛 색상에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는 가설을 세우고 실험을 설계했다.
실험 결과는 연구팀의 예상과 일치했다. 고온 환경에서 우화한 나비의 날개는 밝기가 떨어지고 색상이 변했으며, 발달 시간도 지연됐다. 반면 저온 환경은 나비의 외형에 두드러진 영향을 주지 않았다.
날개 색상 변화의 원인은 나노구조에 있었다. 푸른모르포나비 날개의 푸른빛은 푸른색 색소 때문이 아니라 날개 비늘에 존재하는 정밀한 나노구조가 빛을 특수하게 반사해 만들어지는 색이다.
논문의 주저자인 줄리엣 루빈 스미소니언 열대연구소 연구원은 "나비 날개 비늘은 지붕 기와처럼 서로 겹쳐진 구조"라며 "고온에 노출된 성충의 날개 색이 달라진 것은 나노구조 간 거리가 감소하면서 비늘 전체 폭이 좁아진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는 "비늘이 겹치는 정도가 줄어든 것이 이런 변화를 야기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날개 색상 변화가 포식자나 잠재적 짝짓기 상대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연구팀은 푸른모르포나비 날개의 밝은 광택이 포식자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역할을 했는데, 색이 흐려지거나 변하면 포식자 회피 능력이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