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8월 27일(목)

"퇴근 후 운동은 약, 노동은 독"... 같은 땀인데 뇌 건강은 정반대로 갈렸다

여가 운동은 치매 위험을 24% 낮추지만 직업적 육체노동은 치매 위험을 20%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퇴근 후 헬스장에서 땀 흘리는 운동은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되지만, 출퇴근길 걸어다니기나 직장에서의 고강도 육체노동은 오히려 치매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같은 신체 활동이라도 어떤 상황에서 하느냐에 따라 뇌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완전히 다르게 나타난 것이다.


뉴스1


미국 서던 캘리포니아대(USC)와 브라질 펠로타스 연방대 등이 참여한 국제 공동 연구팀은 30개국 약 423만 명을 대상으로 한 74건의 연구를 종합 분석했다.


분석 대상자는 여성이 약 53%, 남성이 약 47%였고, 나이 중앙값은 67.3세였다. 추적관찰 기간의 중앙값은 10년이었다.


분석 결과 신체활동 수준이 높은 사람은 매우 낮은 사람에 비해 모든 원인으로 인한 치매 위험이 평균 20% 낮았다. 알츠하이머병 위험은 21%, 혈관성 치매 위험은 29%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주목할 점은 신체활동의 종류에 따라 치매 발생 위험이 정반대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자발적인 여가 시간의 운동이 치매 위험을 24% 감소시키고, 집안일 등의 신체 활동이 치매 위험을 15% 낮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권장하는 주당 150~300분의 중강도 운동이나 75~150분의 고강도 운동을 하는 그룹은 알츠하이머병 위험이 35%, 혈관성 치매 위험이 38%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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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직업 활동으로 인한 고강도 육체노동은 치매 위험을 20% 증가시켰고, 출퇴근길의 신체 활동은 치매 위험을 10%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가 운동은 일정 수준까지 활동량이 늘수록 치매 위험이 감소했지만, 직업적 육체노동은 활동량이 증가할수록 치매 위험도 함께 높아지는 상반된 패턴을 보였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랜싯 공중보건(The Lancet Public Health)》 2026년 9월호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신체 활동은 무조건 건강에 좋다'는 일반적인 통념에 의문을 제기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의학계에서 논의되는 '신체 활동의 역설'을 뇌 건강 분야에서 대규모로 입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여가 시간에 즐기는 운동은 심혈관 기능을 향상시키고 뇌 혈류량을 증가시켜 뇌신경세포의 성장과 생존을 돕는 '뇌유래 신경영양인자(BDNF)' 분비를 활성화한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gettyimagesBank


반면 직업적 육체노동은 충분한 휴식 없이 장시간 반복 작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 과정에서 체내 만성 염증 반응과 산화 스트레스가 누적되고, 교감신경계가 지속적으로 활성화돼 혈압과 심박수가 상승하면서 뇌혈관과 신경계에 부담을 준다는 설명이다.


사회환경적 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 신체적 강도가 높은 직업군은 업무 자율성이 낮고 심리사회적 스트레스가 크다. 


또한 분진과 소음 등 유해 환경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요인들이 뇌 건강을 보호하는 '인지 예비력(Cognitive Reserve)' 축적을 방해한다는 분석이다.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최근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한국인의 평균 통근 시간은 108분으로 조사 대상 43개국 중 1위를 기록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gettyimagesBank


전체 평균인 68분보다 40분이나 더 길다. 이로 인해 한국인은 운동 부족과 수면 부족에 더 취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보건복지부와 중앙치매센터가 발표한 국가 치매 통계에 따르면 국내 65세 이상의 치매 유병률은 약 9~10% 수준이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국내 치매 환자 수는 2050년 300만 명을 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구팀은 하루 종일 일터에서 몸을 쓴다는 이유로 여가 운동을 포기하는 것은 뇌 건강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고된 노동으로 몸이 지쳐 있더라도 자신의 의지로 즐겁게 할 수 있는 규칙적인 여가 운동과 스트레스 해소 시간을 별도로 마련하는 것이 치매 예방에 매우 중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