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서 해마다 7만 건이 넘는 성인 실종 신고가 접수되는 가운데, 지난해 사망 상태로 발견된 실종자가 900명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수십 년 동안 쌓인 미해결 성인 실종 사건도 6600여 건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청 통계를 보면 지난해 성인 실종(가출인) 신고 건수는 7만814건으로 전체 실종·가출 신고의 56.5%에 달했다. 이는 18세 미만 아동(2만9563건)과 치매환자(1만6586건), 지적·자폐성·정신장애인(8420건)을 모두 더한 수치보다 많은 규모다.
전국 가출인 실종 신고는 2022년 7만4천936건, 2023년 7만4천847건, 2024년 7만1천854건으로 매년 7만건 안팎에 이른다.
경찰은 지난해 같은 기간 성인 실종 사건 7만591건을 해제했다. 이는 접수 건수의 99.7% 수준이다. 다만 해제 건수에는 과거 연도 접수 건까지 포함돼 있어 실제 해제율과는 차이가 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성인은 일반 가출로 보는 경우가 많고 대부분 신고가 일반 가출로 확인된다"면서도 "방심할 수 있는데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해제된 사건 중 상당수가 심각한 결과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지난해 해제 처리된 성인 실종 사건에서 931건이 사망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높은 해제율과 단순 가출 가능성만으로 사건의 위험도를 가볍게 봐선 안 된다고 지적한다.
미해결 사건 누적도 심각하다. 지난해 말 기준 미해제 성인 실종 사건 765건 가운데 441건은 올해 7월 말까지도 해결되지 않았다.
신고 시기를 가리지 않고 누적된 성인 실종 미해제 사건은 같은 시점 6605건에 이른다. 올해도 7월까지 4만1894건의 성인 실종 신고가 새로 들어왔다.
제주 실종 사건의 허위 종결 논란이 불거지자 경찰이 전국 단위 점검에 나섰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시도경찰청에 2024년 1월 1일부터 현재까지 처리된 실종 사건을 오는 11월 말까지 점검하라고 지시했다.
경찰은 사건 서류를 검토하고 필요시 해제 대상자에게 연락해 당시 종결이 적절했는지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약 2년 8개월간 처리된 사건을 3개월 안에 재점검해야 해, 서류 확인을 넘어 실제 안전 확인이 제대로 이뤄졌는지까지 검증할 수 있을지가 쟁점이다.
실종 프로파일링 시스템의 종결 절차도 바뀐다. 기존에는 담당자가 실종수사팀장과 형사과장에게 안전 확인과 종결 사유를 보고한 뒤 시스템에서 직접 사건을 종결할 수 있었다.
개편 후에는 담당자가 종결 요청 버튼을 누르면 형사과장이 입력 내용과 처리 적정성을 확인한 뒤 최종 승인하는 구조로 전환된다. 전산 개선 전까지는 팀장과 형사과장의 수기 결재를 거치도록 했다.
다만 관리자가 승인 과정에서 확인할 자료는 사건 유형마다 다르다. 사망 사건은 사망진단서 등 관련 자료를 확인할 수 있고, 전화 안전 확인은 통화 내역을 살펴볼 수 있다. 하지만 대면 확인은 일률적으로 제출하도록 정해진 증빙서류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새 전산 절차도 담당자가 작성한 안전 확인 내용과 종결 사유를 관리자가 승인하는 방식이다. 담당자가 확인 단계부터 거짓으로 기재하면 시스템만으로는 진위를 가리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책임 소재는 담당 경찰관 개인에서 지휘라인으로 확대되고 있다. 경찰청은 25일 사건 당시 제주서부경찰서장과 현 서장, 형사과장, 실종팀장 등 4명을 대기발령하고 지휘·감독 책임에 대한 감찰조사에 들어갔다. 제주경찰청은 부 모 경장이 실종 업무를 담당하며 처리한 사건 298건도 수사와 함께 전수점검 중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번 사건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과 경찰 지휘체계 전반의 점검을 지시했다. 한성숙 국무총리도 전국 실종 사건 전수조사를 철저히 진행하고 부당·불법 처리 사례가 확인되면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엄중히 조치하라고 경찰에 주문했다.
한 총리는 사건 처리·종결 담당자를 분리하는 등 실종 수사 관리체계를 개선하라고도 지시했다.
경찰청은 전수점검과 감찰 결과를 바탕으로 추가 개선책을 마련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