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8월 27일(목)

"재개발 철거 전 길고양이 구조하라"... 특별법 제정 청원 급물살

수도권 전역에서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본격화되면서 철거 현장에 남겨진 길고양이와 들개 등 길동물을 보호해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현재 정비사업 환경영향평가에서는 수목 조사만 이뤄지고 있어, 길동물 실태조사와 구호 조치를 필수 절차로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난 25일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국회전자청원 홈페이지를 확인한 결과 '재개발·재건축 지역 길고양이 구조 및 안전 이소 의무화를 위한 특별법 제정에 관한 청원'에 2만2000여 명이 동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원인 최모씨는 재개발·재건축 사업 승인 전 길고양이 서식 실태조사를 의무화하고, 착공 전 구조 및 안전 이소 계획 수립과 시행을 필수로 지정할 것을 주장했다. 또한 시행사와 지자체가 동물보호단체 및 전문가와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구조·이소에 필요한 비용을 국가와 지자체가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호조치 없이 공사를 진행하거나 법적 의무를 위반할 경우 제재를 가하는 규정도 포함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용산구


최씨는 "재개발을 막기 위한 법이 아니라 개발 과정에서 불필요한 생명 피해를 예방하고 사람과 동물이 함께 공존하는 도시를 만들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며 "도시가 새로 바뀌는 과정에서 살아있는 생명이 희생돼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현행법상 정비사업 시행 전 길고양이 등 동물을 구조하거나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켜야 할 의무 조항이 없어 많은 동물이 피해를 입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비사업 현장의 기존 수목은 환경영향평가 단계에서 현황조사를 실시하고 보호 대상 수목을 이전하는 것처럼, 길동물에 대해서도 동일한 보호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동물보호단체들은 수년간 재개발·재건축 현장에서 지자체와 시공사, 조합이 나서 길고양이를 비롯한 길동물을 보호할 것을 촉구해왔다. 지난해 서울 용산구 보광동 재개발이 추진되던 한남3구역에서 활동가들이 펼친 보호 활동이 주목받았다.


올해 1월에는 서울 노원구 중계본동 백사마을에서 인근 주민이 길고양이 피해를 이유로 공사 중지를 신청하면서 논란이 됐다. 하계동 주민 김모씨는 시공사인 GS건설을 상대로 "철거 공사 과정에서 이미 수많은 고양이가 매몰됐거나 희생됐고, 지금도 200여 마리 길고양이가 방치된 상태"라며 공사 중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gettyimagesBank


법원은 시공사가 공사 현장에 서식하는 고양이들에 대한 보호 대책을 실시했고, 추가로 생존에 위협이 될 만한 구체적인 위험이 있다고 볼 만한 객관적인 자료가 없다는 이유로 공사 중지 가처분을 기각하고 시공사 승소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이후에도 재개발·재건축을 위한 철거 이전에 길고양이 보호조치를 제도화해야 한다는 주장은 계속됐다. 유기견은 들개가 되어 무리를 지은 채 주민들이 떠난 빈 마을을 배회하고, 길고양이는 영역동물 특성상 살던 지역을 떠나지 못해 미리 보호조치가 없으면 잔해에 깔려 매몰되거나 로드킬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다.


일부 지자체는 자체적으로 조례를 마련하거나 지원책을 시행하고 있다. 서울 용산구는 재개발 현장에 임시급식소 설치, 가림막 펜스 설치 시 동물 이동통로를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경기도 광명시는 재개발 지역 길고양이를 위해 쉼터를 운영 중이다. 경기도 남양주시도 공사장 가림막 하단에 생태통로를 마련해 탈출을 유도하고 있다. 부산에서는 수영만 요트경기장 재개발 공사 현장의 길고양이 50여 마리를 임시 보호시설로 이동시켰으며, 재개발 공사 마무리 후 원래 서식지에 방사할 계획이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gettyimagesBank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 3월 개정한 길고양이 돌봄 가이드라인에 재개발 지역의 길고양이 이동 절차와 철거 작업 전 점검사항, 고립공간 개방, 대피 유도방법 등을 담았다.


한국동물보호연합, 전국재개발동물구호연대 등 동물보호단체 연대는 26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길동물 구조 및 안전이소 대책을 촉구할 예정이다.


이들은 "사전에 충분히 조사하고 철거 일정과 정보를 공유하며 구조·안전이소 계획을 마련한다면 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다"며 관리처분과 이주, 철거에 앞서 길고양이 구조 및 안전이소 계획을 의무적으로 수립하고 필요한 비용을 공공기관과 정비사업 주체가 지원하는 제도를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해당 청원은 동의기간인 9월3일까지 5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으면 관련 상임위원회 심의를 받게 된다. 현재 동의율은 44%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