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차 열풍으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말차 수요가 늘고 있지만, 정작 일본의 전통 차 산업은 농가 및 차나무의 고령화로 인해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현 추세가 지속될 경우 오는 2050년에는 전체 차밭 면적의 80%가 줄어들 전망이다.
지난 24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2025년 일본 내 주요 차 생산지의 차밭 면적은 지난해 기준 2만5,400헥타르(ha)까지 줄어들었다. 이 같은 감소세가 이어지면 2050년에는 5,000ha로 감소할 것으로 추산된다.
일본의 대표적 차 산지인 시즈오카현 일대에서도 방치된 차밭이 늘어나고 있다. 제때 손질을 거치지 않은 차나무가 무성하게 자라 숲으로 변한 곳도 나타났으며, 현지 차 농협 조합원 수는 1990년대 후반 110여 명에서 현재 23명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차밭 감소의 핵심 원인으로는 급격한 농가 고령화가 꼽힌다. 일본 농림수산성 통계를 보면 농업을 주업으로 하는 기간 농업종사자(약 98만 명) 가운데 60세 이상 비중은 80%에 육박한다. 여기에 오랜 기간 이어진 녹차 소비 감소세로 인해 후계자 부족 현상이 한층 심화됐다.
사람뿐만 아니라 차나무의 노화도 심각한 수준이다. 현재 일본 전체 차밭의 약 40%는 수령이 30년을 넘어섰다. 통상 상품성 있는 찻잎을 수확할 수 있는 차나무의 경제적 수명은 약 35년으로, 이 시기를 지나면 수확량과 품질이 급격히 떨어져 폐원이나 방치 가능성이 커진다.
다만 최근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말차(Matcha) 열풍'이 위기에 빠진 차 산업의 새로운 기회가 되고 있다.
북미, 유럽, 동남아 등지에서 말차 라테를 비롯한 관련 음료 인기가 폭발하면서, 지난해부터 찻잎 수급 부족 현상과 함께 가격 급등세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말차를 포함한 일본 녹차 수출량은 약 70년 만에 1만 톤 고지를 돌파했다.
일본 정부 역시 농가 보조금을 증액하는 한편, 기존 잎차(센차) 중심에서 말차 원료인 '텐차'로 생산 품종을 전환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현지 차 유통기업 하마다차업의 경우 지난 3월 6억 엔(한화 약 52억 원)을 투자해 연간 200톤 생산 규모의 말차 전용 공장을 건설하기도 했다.
그러나 찻잎 가격 폭등이 무조건적인 호재는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가격이 과도하게 오를 경우 말차 수요가 꺾일 가능성도 있는 데다, 저렴한 가격과 대량생산을 무기로 내세운 중국산 말차가 세계 시장 점유율을 확장하고 있는 점도 위협 요인이다.
이에 일본 지자체와 관련 업계는 젊은 농가 육성과 기계화, 드론을 활용한 생육 관리 등 첨단 농업 기술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1,200년 넘게 이어져 온 일본의 차 문화 유산을 보존하기 위해서라도 생산 기반인 차밭을 유지할 수 있는 근본적인 구조 개선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