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8월 31일(월)

"선 긋기 하나 시켰더니"... 2분 만에 고위험 고령 운전자 판별해내는 검사법 나왔다

분당서울대병원 연구팀이 교육 기간과 기호잇기검사를 활용해 2분 만에 교통사고 위험이 높은 고령 운전자를 선별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24일 연구팀은 한국 인지노화·치매 코호트 연구(KLOSCAD)에 참여한 60세 이상 남성 운전자 1673명을 대상으로 한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gettyimagesBank


초고령사회 진입과 함께 고령 운전자의 교통사고 문제는 심각한 사회 이슈로 떠올랐다.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 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의 교통사고는 2020년 3만 1072건에서 2024년 4만 2369건으로 급증했다.


고령 운전자 사고는 다른 연령대에 비해 치사율이 높다는 점에서 사전 위험 선별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그동안 운전에는 인지기능뿐 아니라 다양한 능력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실제 사고 위험을 정확히 예측하는 방법을 찾기 어려웠다.


연구팀은 고령 운전자가 스스로 운전 위험을 정확히 평가할 수 있는지, 자가 평가로 확인되지 않는 위험은 어느 정도인지를 파악하기 위해 연구를 시작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gettyimagesBank


최근 3년간 교통법규 위반 횟수, 사고 횟수, 본인 과실 사고 횟수 등을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경찰청의 2년치 교통사고 기록과 비교 분석했다.


분석 결과 2년의 추적 기간 동안 1673명 중 290명(17.3%)이 인적 피해가 발생한 본인 과실 교통사고를 일으킨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에서 교통법규 위반과 사고 경험을 많이 응답한 운전자일수록 향후 사고를 낼 확률이 높았다. 관련 점수가 1점 오를 때마다 사고 위험은 1.28배씩 증가하는 패턴을 보였다.


그러나 사고를 낸 운전자 290명 중 111명(38.3%)은 설문 당시 교통법규 위반이나 사고 경험이 없다고 답변해 설문만으로는 사전 위험 포착에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설문에서 교통법규 위반이나 사고 경험이 없다고 답한 876명을 '침묵의 위험군'으로 정의하고 나이, 교육 기간, 인지기능검사 결과 등을 추가 분석했다. 


'기호잇기검사'와 같은 원리의 유사 검사지 / 분당서울대병원


추가 분석 결과 교육 기간이 짧고 기호잇기검사 수행 시간이 긴 운전자에게서 사고 위험이 높게 나타났다.


기호잇기검사는 숫자와 글자를 번갈아 이어가며 주의 전환 능력과 빠른 판단력을 측정하는 인지기능검사다.


연구팀의 분석에 따르면 교육 기간이 9년 이하이면서 기호잇기검사 수행 시간이 180초 이상인 운전자의 사고율은 20.9%로 집계됐다. 이는 두 조건 중 어느 것에도 해당하지 않는 운전자의 사고율(9.1%)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치다.


연구팀은 짧은 교육 기간은 자신의 기능 저하를 감지하고 판단하는 여력 부족을, 긴 검사 수행 시간은 복잡한 운전 상황을 처리하는 속도와 실행기능 저하를 반영한다고 해석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로 도출된 기준이 운전을 제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정밀한 운전능력 평가가 필요한 대상을 선별하기 위한 용도라고 강조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gettyimagesBank


위험도가 높은 소수를 정확히 가려내 안전하게 운전하는 다수의 이동권을 보호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는 설명이다.


한지원 교수는 "교육 기간과 기호잇기검사라는 2분 안팎으로 걸리는 간단한 확인만으로 진료실과 면허 갱신 현장에서 고위험군을 먼저 가려내면 정밀한 운전 평가로 연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여성 운전자와 다양한 운전 환경으로 연구를 확대해 고령 운전자 사고 예방에 활용될 수 있도록 후속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 결과는 노인의학 분야 국제학술지인 '미국 노인병학회지(Journal of the American Geriatrics Society)'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