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과학자들이 유전자 가위 기술로 수컷을 암컷으로 탄생시키는 성전환 복제에 성공했다. 멸종 위기종 보존에 새로운 가능성을 연 이번 연구는 생물학계의 고정관념을 뒤엎는 성과로 평가받는다.
24일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야마나시대 이시우치 다카시 교수 연구팀은 수컷 쥐의 배아에서 남성을 결정하는 Y염색체를 제거해 암컷으로 탄생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바이오아카이브에 공개했다. 이시우치 교수는 "생식을 위해서는 반드시 암컷과 수컷 모두가 필요하다는 기존 생물학계의 고정관념을 뒤집을 수 있는 연구"라고 설명했다.
포유류는 성염색체로 성별이 결정된다. 암컷은 XX 염색체를, 수컷은 XY 염색체를 갖는다. Y염색체의 유무가 성별을 가르는 핵심인 셈이다. 연구팀은 수컷이 없을 때 성별을 바꿔 번식하는 오키나와 쇠망둑어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Y-CUT'이라는 유전자 가위를 개발했다. 이 도구는 세포 분열 과정에서 딸세포가 Y염색체를 물려받는 특정 부분을 표적 삼아 배아에서 Y염색체를 정밀하게 잘라낸다.
이어 체세포 핵 이식 기술을 활용해 수컷 쥐의 혈액세포에서 DNA가 든 핵을 추출했다. 이 핵을 핵이 제거된 생쥐 난자에 넣어 배아를 만들었다. 연구팀은 일부 배아에 Y-CUT을 적용해 Y염색체를 없앤 뒤 대리모 생쥐에게 이식했다.
그 결과 암컷 생쥐가 태어났다. 이들은 일반적인 XX 염색체가 아닌 X염색체 하나만 가진 XO 형태였다. 하지만 이 암컷 복제 쥐들은 건강하게 성장했을 뿐 아니라 정상적인 번식 능력까지 갖췄다.
Y염색체가 없다는 점만 빼면 원래 수컷 쥐와 유전적으로 완전히 동일했다. 연구진은 냉동 보존된 수컷 세포로도 암컷 복제체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태어난 암컷 복제 쥐들은 다른 수컷 복제 쥐와 짝짓기해 건강한 새끼를 낳았다. 이시우치 교수는 "마치 SF 영화 같은 일"이라고 말했다. 새끼들은 뚜렷한 이상 없이 1년 넘게 살아 있다고 연구진은 전했다.
연구진은 이 기술이 야생동물 보전 분야에서 다양하게 쓰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냉동 동물원(Frozen Zoo)'에 보관된 수컷 세포만으로도 암컷을 만들어 번식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야생동물 보호 단체 리바이브 앤 리스토어의 벤 노박 수석과학자는 "매우 흥미로운 결과"라며 "환경 보전 분야에서 많은 활용 사례가 나올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계도 존재한다. 배아를 이식할 같은 종이나 근연종의 '속이 빈 난세포'가 필요하다. 암컷만 생존한 멸종 위기종에는 이 기술을 적용할 수 없다.
쥐 외 다른 포유류에서는 XO 염색체를 가질 경우 불임이 될 확률이 높다는 문제도 있다. 미국 동물원 및 보존센터 연합체 세자르크(SEZARC)의 린다 펜폴드 상임이사는 과학전문지 뉴사이언티스트에 "Y염색체가 제거된 동물을 낳는 것이 생명윤리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 개체의 복제본을 이용한 번식은 유전적 다양성이 떨어져 건강에도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연구진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Y염색체가 제거된 자리에 X염색체를 삽입하는 기술을 연구 중이다. 2023년 일본 오사카대 연구진이 발표한 '수컷 쥐 세포의 난자 전환 기술' 등 다른 기술들과 결합하면 문제점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연구진은 기대했다.
수컷 세포만으로 유성 생식이 가능해지면 멸종 위기종 복원에 큰 힘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생명의 번식 원리에 대한 인위적 개입은 성별 조작 같은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위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