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9월 21일(월)

차 문 사이 기둥 없애고도 더 안전해진 제네시스 'GV90 네오룬'의 특별한 설계법

자동차에서 앞문과 뒷문을 모두 열어도 끝내 남는 것이 있다. 두 문 사이에서 지붕과 바닥을 잇는 기둥, 'B필러'다. 


B필러는 측면 충돌 때 탑승 공간을 지키는 핵심 골격이지만, 앞뒤 좌석 사이의 시야와 동선을 끊어 실내 개방감을 제한하는 구조물이기도 하다.


제네시스가 초대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GV90의 특화 모델 'GV90 네오룬'을 개발하면서 마주한 과제도 여기서 시작됐다. 


제네시스 GV90 테크 브리프에서 현대차그룹 R&D본부장 만프레드 하러 사장이 발표하는 모습 / 제네시스


제네시스는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팰리스 오브 파인 아츠에서 'GV90 테크 브리프'를 열고 GV90에 적용한 핵심 기술을 공개했다. 하루 전 같은 장소에서 GV90 네오룬과 GV90을 처음 공개한 데 이어 개발진이 직접 기술을 설명하는 자리였다.


GV90은 제네시스가 처음 선보이는 풀사이즈 플래그십 SUV인 만큼, 이날 행사에서는 디자인보다 이를 구현한 기술과 안전 설계에 관심이 쏠렸다.


GV90은 기존 대형 SUV GV80보다 상위에 자리하는 제네시스의 최상위 SUV다. 네오룬은 2024년 콘셉트 공개 이후 2년 만에 양산 모델로 모습을 드러냈다.


GV90 네오룬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앞문과 뒷문이 서로 마주 보며 열리는 코치도어 구조 '네오룬 아치 게이트'였다.


일반 자동차와 달리 외부에서 보이는 B필러가 없어 문을 모두 열면 1열과 2열 사이가 하나의 넓은 공간이 만들어진. 앞좌석을 180도 돌릴 수 있는 회전식 시트도 적용해 실내를 라운지처럼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제네시스 GV90 네오룬 외장 / 제네시스


B필러는 차체의 지붕과 바닥을 이어 측면 충돌 하중을 견디는 핵심 골격이다. 이를 없애면 통상 차체 강성을 확보하기가 어려워지는 만큼, GV90 네오룬에는 이를 대신할 별도의 보강 구조가 필요했다.


제네시스는 문 내부에 1.8기가파스칼(GPa)급 초고강도 스틸 빔을 가로와 세로 방향으로 배치해 충격을 받아내는 방식으로 이를 해결했다. 


차체 안쪽에는 경주차의 '롤케이지' 원리도 응용했다. 경주차가 전복 사고 때 운전석 공간이 찌그러지는 것을 막기 위해 차체 내부를 단단한 골격으로 둘러싸는 것처럼, GV90 네오룬 역시 탑승 공간을 감싸는 별도의 구조를 적용했다.


그 결과 GV90 네오룬은 일반적인 도어 구조를 적용한 GV90보다 오히려 높은 차체 강성을 확보했다. 


이대희 제네시스바디설계실장은 "일반 스윙도어를 적용한 GV90 모델도 경쟁차를 앞서는 우수한 차체 강성을 확보했지만, GV90 네오룬은 그보다도 12% 더 높은 강성을 확보했다"고 강조했다. 


제네시스 GV90의 제조 과정을 담은 영상 Sanctuary of Fineness의 장면 / 제네시스


제네시스는 GV90에 세계 최초로 '루프 에어백'도 적용했다. 개발 배경에는 실제 도로에서 발생한 사고 3800만건에 대한 분석이 있었다.


빈도는 상대적으로 낮지만 중상 위험이 가장 높은 전복 사고로부터 탑승자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차량이 뒤집힐 때 유리 지붕 전체를 덮는 루프 에어백을 탑재했다. 


행사장에서는 시속 110㎞로 달리던 GV90이 경사로를 타고 전복되는 시험 영상도 공개됐다. 차량이 뒤집히는 순간 루프 에어백을 포함한 12개의 에어백이 빠르게 펼쳐져 탑승 공간을 보호하는 모습이 담겼다.


이 상무는 "정해진 시험을 통과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고객이 실제로 맞닥뜨릴 수 있는 순간까지 대비하는 것이 제네시스가 생각하는 안전"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제네시스가 GV90을 미국에서 처음 공개한 배경에는 현지 SUV 시장에서의 성장세가 있다.


제네시스는 2016년 미국 진출 이후 올해 7월까지 45만4049대를 판매했다. 이 가운데 SUV 비중은 약 61.5%다. 미국 누적 판매 1·2위 역시 GV70과 GV80으로, GV90을 통해 초대형 럭셔리 SUV 시장까지 고객층을 넓히겠다는 전략이다.


제네시스 GV90 테크 브리프에서 발표자들이 기자단의 질의에 답하는 모습 / 제네시스


GV90은 울산 전기차 전용공장에서 생산되며, 7인승 기준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는 회사 연구소 측정 기준 500㎞다.


허광훈 제네시스개발담당 상무는 "GV90에 담긴 기술은 연구개발뿐 아니라 상품기획과 생산, 품질, 판매까지 전사가 새로운 기준을 세우며 함께 완성한 결과"라고 말했다.


제네시스는 내년 GV90 판매에 들어갈 예정이다. 가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