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8월 31일(월)

장미란씨 실종 CCTV 118대 전량 삭제... 경찰, 98일 뒤 영상 요청

제주에서 실종된 장미란(37)씨 사건의 핵심 단서가 될 수 있는 CCTV 영상 118대 분량이 경찰의 뒤늦은 대응으로 모두 삭제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이 영상 확보에 나선 시점은 실종 추정일로부터 무려 98일이 지난 후였다.


지난 23일 무소속 한동훈 의원이 제주특별자치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통해 이같은 사실을 공개했다.


한 의원실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장씨가 마지막으로 목격된 한림읍 일대의 방범용 CCTV 111대와 제주도 자치경찰단 교통정보센터의 교통정보수집용 카메라 7대 등 총 118대의 영상이 모두 삭제됐다. 실종 추정일인 5월 13일이 포함된 5월 12일부터 20일까지 9일간의 영상은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다. 영상 삭제 시점은 6월 11일부터 19일 사이로 확인됐다.


제주에서 지난 5월 실종된 장미란씨. / 장미란씨 가족 제공


제주도는 한 의원실에 "CCTV 118대의 영상 보존기간이 30일이며 시한 도래로 자동 삭제됐다"고 회신했다. 실종 신고 당시에는 모든 영상이 남아있었지만 경찰이 움직이지 않는 사이 증거가 사라진 셈이다.


제주서부경찰서가 제주도에 CCTV 영상 열람을 요청한 공문을 발송한 날짜는 지난 19일이었다. 실종 추정일(5월 13일)로부터 98일, 최초 신고일(5월 15일)로부터 96일이 지난 시점이다. 영상이 전량 삭제된 6월 19일 기준으로도 61일이나 늦었다.


5월 15일 최초 신고 당시만 해도 118대의 CCTV 영상은 전부 보존돼 있었다. 보존기간 30일을 감안하면 6월 중순까지는 영상 확보가 가능했다. 하지만 경찰은 이 기간 동안 영상 확보에 나서지 않았고 결국 핵심 단서를 놓치고 말았다.


한 의원은 "장미란씨 소재를 가늠할 단서가 될 수 있는 CCTV가 경찰관의 종결 처리로 사라져버렸다"고 지적했다. 이어 "5월 15일 최초 신고 당시에는 118대 영상이 전부 보존돼 있어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는 상태였다"고 강조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장씨 사건은 초동수사 단계부터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당초 사건을 종결 처리했다가 뒤늦게 재수사에 나섰다. 하지만 이미 결정적 증거인 CCTV 영상은 삭제된 뒤였다. 경찰의 허위 사건 종결과 부실한 초동 수사로 수색 작업이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한 의원은 "형사사법 제도는 모든 수사관이 유능하고 성실하리라는 전제 위에 설계된 것이 아니다"며 "그 한계 때문에 이중·삼중의 장치를 둔 것이고 그 핵심 중 하나가 보완수사권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은 대안 없이 그 장치를 걷어냈다"며 "결국 부실한 초동수사를 걸러낼 장치는 사라지고 그 대가는 피해자와 가족의 몫이 됐다"고 비판했다.


현재 경찰은 장씨의 신상을 공개하고 수색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