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12년 동안 스페인 산악 지대에서 늑대 무리와 생활해 '늑대소년'으로 불렸던 마르코스 로드리게스 판토하가 향년 80세로 세상을 떠났다.
스페인 산시브라오다스비냐스 지방정부는 판토하가 지난주 갈리시아 지방의 작은 마을 란테에서 별세했다고 밝혔다. 그는 2001년부터 해당 마을에 정착해 주민들의 보살핌을 받으며 여생을 보냈다.
1946년 스페인 남부 아뇨라에서 태어난 판토하는 모친 사망 후 계모의 학대를 겪었다. 이후 7세 되던 해 부친에 의해 시에라모레나 산맥의 한 노인 염소 목동에게 넘겨졌다.
판토하는 훗날 마요르카대 가브리엘 하네르 마닐라 교수와의 인터뷰에서 "그들이 나를 산으로 데려가 동굴에 두었다"며 당시 상황을 증언했다. 동굴 주변에는 늑대와 여우, 산양, 사슴, 전갈, 뱀 등이 서식했고, 처음에는 동물들의 소리에 공포를 느꼈다고 털어놓았다.
목동에게서 염소 젖을 짜는 법과 토끼 사냥법을 배운 그는 점차 야생 환경에 적응해 나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목동이 자취를 감추자 판토하는 늑대 무리와 유대감을 형성했다. 새끼 늑대들에게 먹이를 나눠주고 위험 신호를 울음소리로 알리며 무리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는 생전 "늑대들이 나를 자기들의 동굴로 데려갔다"고 회고했다.
인간의 소리가 들리면 몸을 숨길 정도로 야생 생활을 지속하던 그는 19세이던 1965년 스페인 민병대 과르디아 시빌에 의해 발견되면서 문명사회로 복귀했다.
사회로 돌아온 판토하는 성직자들의 지원을 받으며 적응 과정을 거쳤고, 군 복무를 마친 뒤 마요르카의 숙박·요식업소에서 근무했다. 이때 마닐라 교수와 인연이 닿으면서 그의 삶은 학술 연구와 박사학위 논문, 서적으로 기록됐고 영화로도 제작됐다.
판토하는 생애 후반부까지 대중을 상대로 야생 생태계에 대한 이해와 자연 보호의 중요성을 전파했다. 지인 아르투로 아르코네스는 스페인 공영방송 RTVE에 "그는 흙과 바람, 공기, 비, 그리고 사냥굴로 만들어진 사람이었다"며 "늑대들과 함께 살던 때가 가장 행복했다고 늘 말했다"고 전했다.
만년에 투병 생활을 이어가던 판토하는 이웃들의 간호 속에 삶을 마감했다. 현지 지방정부는 추모 성명에서 "마르코스는 세상이 알고 있던 이야기를 가지고 란테에 왔다"며 "그는 이제 이곳에 우리의 것이기도 한 이야기를 남기고 떠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