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8월 31일(월)

"태움으로 더는 죽지 않기를"... 간호사들 8년 만에 다시 광화문 집결

병원 내 괴롭힘을 의미하는 이른바 '태움'으로 유명을 달리한 간호사들을 기리고 근본적인 근무 환경 개선을 촉구하는 집회가 8년 만에 서울 도심에서 열렸다.


22일 뉴스1 보도에 따르면 간호사 단체 '간호사의 목소리' 등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교보빌딩 앞에서 '태움 사망 간호사 추모문화제'를 개최했다. 


현장에 모인 간호사와 시민 등 참가자 30여 명은 희생자들을 기리는 묵념을 진행한 뒤 '간호사도 사람이다', '살아서 출근하고 살아서 퇴근하자'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집회 참가자들은 2018년 서울아산병원에서 일하다 숨진 고(故) 박선욱 간호사를 기리며, 태움이 개인 간 불화가 아닌 구조적 모순에서 비롯된 인재라고 지적했다. 박 간호사의 사망 직후 약 300명이 광화문에 모여 대책 마련을 요구한 지 8년이 흘렀지만 일선 의료 현장의 고질적인 문제는 제자리걸음이라는 비판이다.


뉴스1


현장 발언에 나선 황은영 간호사는 "또 다른 간호사들이 죽음을 선택할까 봐 두려워 다시 이 자리에 섰다"며 신규 인력이 체계적인 교육 없이 과도한 수의 환자를 떠안는 구조를 꼬집었다. 이어 "간호사는 더는 자신을 죽이며 환자를 살릴 수 없다"고 밝혔다.


서울의료원에서 근무하며 최근 피해 사실을 알린 김서영 간호사는 "태움은 간호사 문화나 여초 군기 문화가 아니라 서로 죽어가고 있는 의료현장의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력 부족과 과도한 업무, 위계적 조직문화가 뒤엉킨 구조적 폭력"이라며 "병원은 사망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재발 방지를 약속하지만 구제 시스템은 여전히 피해자를 보호하지 못한다"고 짚었다.


참가자들은 공동 성명을 통해 "태움과 직장 내 괴롭힘으로 발생한 간호사 사망을 개인적 사건으로 치부하지 말라"며 "사망 원인과 조직문화, 노동조건, 인력 구조를 종합 조사해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이와 함께 간호사 1인당 담당 환자 수 법제화를 골자로 한 간호법 개정안의 조속한 처리, 직장 내 괴롭힘 예방 및 피해 회복 지원 체계 구축, 신규 간호사 대상 교육환경 개선과 내부 신고자 보호 장치 마련 등을 공식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