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언장엔 "부모·형제 인연은 천륜"...의절한 차남에도 유류분 웃도는 재산 남겨
조현문 2024년 "우애 강조하고도 고발 안 거둬"...2년 뒤 법정서 부친 뜻 증언
고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은 생전 세 아들에게 "어떤 일이 있더라도 형제간 우애를 반드시 지켜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다만 차남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과 관련된 형사 고소·고발은 임종 직전까지 취하하지 말라는 뜻을 유지했다는 증언이 장남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의 입에서 나왔다.
조 회장은 2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5단독 이성열 판사 심리로 열린 조 전 부사장의 강요미수 혐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2014년 '효성 형제의 난'이 불거진 이후 두 사람이 법정에서 마주한 것은 12년 만이다.
조 회장은 이날 "이 사건에 대한 고소·고발은 아버지가 허락을 안 하면 할 수 없는 것이었다"며 "아버지가 둘째 아들을 깨우치게 하려고 이 방법밖에 없다며 피 토하는 심정으로 선택한 소송"이라고 말했다.
이어 조 명예회장이 "이 방법 외에는 현문이를 뉘우치게 할 수가 없다. 이렇게 해서라도 반성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조 회장에 따르면 조 명예회장은 임종 직전까지 관련 고소·고발을 취하하지 말라는 뜻을 유지했다.
유류분 웃도는 재산 남기고 "형제간 우애 지켜라"
조 명예회장이 지난해 3월 별세한 뒤 공개된 유언장에는 다른 내용도 담겨 있었다. 조 명예회장은 "부모·형제 인연은 천륜"이라며 세 아들에게 형제간 우애와 가족 화합을 당부했다.
가족과 의절한 상태였던 조 전 부사장에게도 유류분을 웃도는 재산을 남겼다. 조 전 부사장은 같은 해 8월 효성티앤씨 14만5719주(3.37%), 효성화학 4만7851주(1.26%), 효성중공업 13만9868주(1.50%)를 상속받았다. 당시 종가 기준 859억원 규모다.
조 전 부사장은 상속받은 재산을 공익재단인 단빛재단에 출연했다. 조 회장과 조현상 HS효성 부회장도 재단 설립에 동의했다.
재산 상속과 형제간 우애를 당부한 유언이 형사사건 취하까지 포함하는지를 두고는 당시에도 양측 입장이 갈렸다.
조 전 부사장은 2024년 5월 유언장 공개 직후 "선친께서 형제간 우애를 강조했음에도 아직까지 고발을 취하하지 않은 채 형사재판에서 부당한 주장을 하고 있다"며 조 회장 측을 비판했다. 당시 효성 측은 상속재산 문제와 조 전 부사장의 형사재판은 별개의 사안이라는 입장을 냈다.
2년여 뒤 조 회장은 법정에서 고소를 유지한 배경에 부친의 뜻이 있었다고 증언했다. 조 회장은 검찰이 조 전 부사장의 처벌을 원하는지 묻자 "처벌을 원한다"며 "아버지가 한 이야기를 명심해서 더 이상 우리 집안을 고소·고발로 괴롭히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현문 혐의 부인...28일에도 증인신문 기일
이번 재판은 두 형제 사이 갈등이 본격화되기 전인 2013년 상황을 다루고 있다. 검찰은 조 전 부사장이 효성 측에 자신이 회사 성장의 주역이라는 취지의 퇴사 보도자료를 배포하도록 요구하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비리 관련 자료를 검찰에 넘기겠다는 취지로 압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조 전 부사장이 자신의 배우자와 관련한 소문에 대한 사과와 비상장사 지분 정리 등을 요구하는 과정에서도 조 회장 측을 압박했다고 보고 2022년 11월 강요미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조 전 부사장 측은 공소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조 회장은 이날 당시 효성 측에 요구된 보도자료에 대해 "사실과 일치하지 않아서 배포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조 전 부사장 측으로부터 전달됐다는 '서초동에 가겠다'는 표현에 대해서도 "검찰 고발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했다"며 협박으로 받아들였다는 취지로 말했다.
재산 문제도 다시 법정에 올랐다. 조 회장은 조 전 부사장이 2024년 공익재단 설립 동의를 요구해 이에 응했지만 비상장사 지분은 아직 정리되지 않았고 유류분 소송도 이어지고 있다고 증언했다. 그는 "재산 문제라면 재산만 논의하면 된다"며 "이제 제발 각자 갈 길을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오는 28일 오후에도 조 회장에 대한 증인신문 기일을 잡아둔 상태다. 조 전 부사장 측은 조 회장이 이 사건의 고소인이자 피해자로 지목된 핵심 증인인 만큼 충분한 반대신문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조 회장 측은 지난 6월 재판에서 28일 출석이 쉽지 않다는 뜻을 전했지만 재판부는 기존 증인신문 일정을 유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