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묘 앞 세운4구역 고층 재개발 사업의 유적 보존 방안이 또다시 보류되며 사업 추진이 난항을 겪게 됐다. 국가유산청과 서울시의 갈등 속에서 사업시행자가 제출한 보존 계획안이 재심의 대상에서 제외되면서다.
지난 20일 국가유산청은 국가유산위원회 매장분과가 전날 오후 정부대전청사에서 '서울 세운4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부지 내 유적 보존 방안' 안건을 심의한 결과 보류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국가유산청은 "사업시행계획(변경) 확정 후에야 재심의가 필요하다"고 보류 이유를 설명했다.
이번 보류 결정으로 세운4구역 고층 재개발 사업은 다시 지연될 수밖에 없게 됐다.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가 제출한 유적 보존안이 국가유산위원회 안건으로 상정된 것은 2년 7개월 만이다.
서울시 산하 SH는 2022∼2024년 발굴 조사를 실시한 후 주요 매장유산 보존 계획안을 제출했으나 2024년 1월에도 보류 처분을 받은 바 있다.
세운4구역에서는 조선시대 이문(里門)으로 보이는 흔적과 함께 여러 건물터, 배수로 등이 비교적 양호한 상태로 확인됐다.
국가유산청은 "종묘를 비롯한 중요 건물의 출입과 이동을 밝혀줄 수 있는 도로 및 배수 체계 등 학술 가치가 높은 매장유산이 다수 확인됐다"고 밝혔다.
2024년 당시 안건을 심의한 문화유산위원회(국가유산위원회 통합 이전)는 '구체적인 보존 방안을 제출'할 것을 요구하며 보류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세운4구역 일대는 법·행정적으로 발굴 조사가 완료되지 않은 상태로 남아 있다.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국가유산위원회 심의와 국가유산청장의 발굴 조사 완료 조치가 없으면 해당 부지에서 어떤 공사도 진행할 수 없다.
회의 자료를 보면 SH는 주요 매장유산의 위치를 옮겨 보존하고 지하 1층 공간에 '문화유산광장'을 만들어 유적 자료를 전시하겠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국가유산청과 서울시는 2018년 세운4구역 건물의 최대 높이를 71.9m(청계천변 기준)로 합의했다.
그러나 지난해 서울시가 단독으로 최대 높이를 145m(앙각 규정 적용 시 141.9m)로 상향 조정하면서 세계유산영향평가(HIA) 시행 등을 둘러싼 충돌이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