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가정폭력을 피해 두 자녀와 함께 가출한 뒤 10년째 숨어 지내던 아내가, 별거 기간 동안 크게 증식된 남편 재산에 대한 분할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을지 법률 전문가의 의견이 나왔다.
지난 20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는 40대 여성 A 씨의 사연을 다뤘다. A 씨는 10년 전 음주 후 자신과 자녀들을 폭행하는 남편을 피해 300만 원만 챙겨 집을 떠났다. 남편의 보복이 두려웠던 A 씨는 경찰에 신고하지 못한 채 친정에 은신하며 모든 연락을 차단한 상태로 살아왔다.
A 씨가 집을 나올 당시 남편 명의로 된 아파트가 있었다. 이 아파트는 A 씨가 결혼 전 적립한 적금으로 주택 가격의 절반 이상을 부담했으며, 대출 상환에도 A 씨가 참여해 마련한 부동산이었다.
별거 이후 남편은 A 씨의 동의 없이 아파트를 담보로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아 사업에 뛰어들었다. 남편은 아파트를 처분한 뒤 노후 건물과 토지를 구입해 신축 건물을 지었고, 임대사업으로 상당한 수익을 올리며 재산 규모를 키웠다.
최근 남편은 갑작스럽게 A 씨에게 연락해 재결합을 제안했다. A 씨가 이를 거부하자 남편은 욕설과 협박성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보내왔다. 10년 전의 공포를 다시 느낀 A 씨는 피해자 보호명령 신청을 고민하는 동시에, 별거 기간 중 증가한 재산에 대한 분할 청구 가능성을 문의했다.
박수민 변호사는 피해자 보호명령 신청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박 변호사는 "법적으로 혼인 관계가 계속되고 있다면 별거 기간이 길든 짧든 보호 대상이 될 수 있다"며 "남편이 보낸 메시지는 모욕죄, 협박죄,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구성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재산분할 문제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의견을 제시했다. 일반적으로 재산분할은 혼인 관계가 깨진 별거 시점을 기준으로 하지만, 이 사안은 예외적 상황에 해당한다는 것이 박 변호사의 견해다.
박 변호사는 "남편이 재산을 늘릴 수 있었던 근본적인 자산은 A 씨가 자금을 제공해 함께 구입한 아파트였다"며 "A 씨의 자금이 담보 역할을 해 사업 자본이 조달됐고, 이것이 재산 증식의 기반이 된 만큼 'A 씨가 재산 형성의 기초를 제공했다'는 논리로 적극 주장한다면 증식된 재산도 분할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