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만에 친일반민족행위자재산조사위원회가 재출범을 앞두면서 과거 친일 행위자 일가의 은닉 재산 환수 가능성을 둘러싼 논의가 본격화했다. 배우 하영의 증조부인 안상호 일가를 비롯해 과거 명단에서 제외됐던 인물들의 재산이 새롭게 환수 대상에 오를지 주목받는 가운데, 조사 권한의 법적 한계와 실질적인 추적 방안이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1기 친일반민족행위자재산조사위원회 상임위원을 지낸 이준식 전 독립기념관장은 최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안상호의 조사 가능성을 두고 과거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발표한 '친일반민족행위자' 1006명 명단에는 포함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당시 공식 지정된 1006명 중 실제 재산 환수 대상이 된 인물은 168명에 그쳤다.
환수 작업의 최대 난관으로는 조사 기구의 강제 수사권 부재가 꼽힌다. 이 전 관장은 조사위에 수사권이 없어 현금이나 금융 자산을 추적하기 어려웠다며 "후손이 감추고 내놓지 않으면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법적으로는 친일재산조사위원회에서 별도로 중대한 친일반민족행위를 한 사람을 결정할 수 있게 돼 있다"면서도 "이번에 새로 출범하는 2기 친일재산조사위원회에서 과연 중대한 친일반민족행위를 했다고 결정할지는 현재로서는 잘 모르겠다"고 밝혔다.
환수 규모의 가늠 여부도 미지수다. 이 전 관장은 "300억원이 될지, 숨어 있는 친일 재산을 더 찾아내 1000억원이 될지는 현재로선 아무도 모른다"며 "1기 조사위가 출범할 때도 약 2400억원의 친일 재산을 찾아낼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았지만, 많은 제약 속에서도 이를 찾아내 국가에 귀속시켰다. 이번에도 350억원 이상이 될지 이하가 될지는 현재로서는 모른다"고 덧붙였다.
2006년부터 2010년까지 4년간 활동한 1기 조사위는 친일파 168명이 보유한 토지 2475필지, 시가 약 2373억원 상당을 국가로 귀속시켰다. 그러나 1기 활동 종료 이후 추가로 확인된 친일 재산을 환수할 전담 기구가 없어 공백이 이어졌다.
이번 특별법은 과거의 입법 미비점을 대폭 보완했다. 친일 재산 원물뿐만 아니라 매각이나 처분 과정에서 취득한 금전 등 대가까지 환수 대상에 명시했다. 은닉 재산을 찾아내 신고하면 보상하는 포상금 제도도 새롭게 도입했다.
정부 역시 환수된 재원을 독립유공자 예우에 전액 투입하겠다는 방침을 명확히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5일 제81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친일재산귀속법이 공포된 만큼, 친일 반민족 행위자들이 부당 축적했던 재산을 조사·환수하겠다"며 "그 재원이 독립유공자와 유가족에 대한 예우와 지원에 온전히 쓰일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정성호 법무부 장관도 "2기 조사위가 출범하면 최소 325억원 이상의 친일 재산을 환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환수된 재산은 독립유공자와 그 후손들의 복지를 위해 사용하겠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12월 정식 출범을 목표로 지난 6월 설립준비단을 가동했다. 이영창 서울고검 인권보호관 직무대리검사를 준비단장으로 행정안전부, 국가보훈부, 산림청 등 유관 부처 파견 인력 11명이 합류해 관련 법규 정비와 예산·직제 편성, 세부 조사 계획 수립에 착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