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서울 탈출이 현실화하면서 금융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정부는 중앙행정기관과 2차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 추진 과정에서 금융위와 금감원을 세종시로 보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산업은행,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들도 이전 대상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의 '서울 잔류 최소화' 기조 속에 금융 관련 주요 기관들이 유력한 이전 후보로 떠올랐다. 아직 구체적인 대상과 지역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대상 기관들의 반발은 이미 시작됐다.
금융 현장과의 물리적 거리 문제가 가장 큰 걸림돌로 지적된다. 금감원은 올해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707회의 검사를 실시하거나 실시할 예정이며, 투입 연인원은 2만8229명에 달한다.
문제는 금융회사 본점의 91.6%, 현장검사 대상의 88.3%가 수도권에 밀집돼 있다는 점이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지난 6월 "공사판 현장 감독이 현장을 떠나는 것은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우려를 표했다. 연간 7만5000명이 찾는 여의도 금감원 민원센터를 이용하는 금융소비자들의 접근성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인력 유출에 대한 불안감도 크다. 금감원 관계자는 "회계사나 변호사 등 전문 인력이 상당수인데, 세종으로 가느니 서울에서 다른 직장을 찾겠다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 국책은행 관계자도 "금융권 경력자들은 서울에서 선택지가 많다"며 "지방 이전이 결정되면 상당수가 이직을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직원들의 조직적 반발도 거세다. 금감원과 산은 노조는 지난 17일과 18일 각각 이전 반대 성명을 발표했고, 산은·기은·수은 노조는 지난 11일 공동 집회를 개최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의 윤석구 위원장은 지난 18일 기자회견에서 "올해 상반기 국제금융센터지수(GFCI)에서 서울이 세계 137개 도시 가운데 8위를 기록한 것은 금융산업에서 집적효과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금융노조는 다음 달 4일 총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이전 대상으로 거론되는 농협중앙회 노조 역시 오는 21일 거리 행진과 집회를 계획하고 있다.
반대 의견만 있는 것은 아니다. 금융위와 금감원이 세종시로 이전하면 재정경제부와 물리적 거리가 가까워져 정책 공조가 원활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한 금융기관 지방 이전을 지역 금융 생태계 구축의 발판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기대감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이런 가운데 전북의 '제3 금융중심지' 지정 논의도 탄력을 받고 있다. 금융위는 이날 금융중심지추진위원회를 열고 관련 평가 방안을 심의했다.
연내 추가 회의를 통해 전북의 세 번째 금융중심지 지정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공공기관 이전을 담당하는 국토부도 해당 논의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북 금융중심지 지정은 향후 금융기관 이전 논의와 맞물려 결정될 가능성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