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8월 19일(수)

'숲의 정원사' 오랑우탄 800마리만 남았다...서식지 파괴가 부른 위기

인간과 97%의 DNA를 공유하는 영장류 오랑우탄이 급격한 개체 수 감소로 생존의 기로에 서 있다. 열대우림 생태계의 핵심 종이지만 서식지 파괴로 현존하는 3종 모두가 멸종 위급 상태에 놓였다.


지난 18일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국제환경단체 세계자연기금(WWF)은 8월19일 '세계 오랑우탄의 날'을 맞아 오랑우탄의 생태와 보전 필요성을 강조했다. 세계 오랑우탄의 날은 미국의 비영리 보호시설 대형유인원센터(Center for Great Apes) 등이 2011년 제정한 기념일이다.


말레이어로 '숲의 사람'을 뜻하는 오랑우탄은 과거 동남아시아와 중국 남부에 광범위하게 서식했으나, 지금은 보르네오와 수마트라 섬에서만 발견된다. 현재 생존하는 보르네오 오랑우탄, 수마트라 오랑우탄, 타파눌리 오랑우탄 3종 모두 국제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에서 멸종 위급(CR) 종으로 지정됐다.


개체 수 감소 속도는 심각한 수준이다. 보르네오 오랑우탄은 1999년부터 2015년까지 16년 동안 10만마리가 사라진 것으로 추정된다.


세계자연기금


현재 보르네오 오랑우탄은 10만4700마리, 수마트라 오랑우탄은 1만4000마리 미만이 생존해 있다. 타파눌리 오랑우탄은 야생에 약 800마리만 남아 가장 위급한 상황이다.


오랑우탄이 '숲의 정원사'로 불리는 이유는 열대우림 생태계 유지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과일과 식물을 먹고 숲을 이동하면서 다양한 씨앗을 곳곳에 퍼뜨린다. 작은 동물이 먹기 어려운 큰 열매의 씨앗까지 운반해 숲의 재생과 생물다양성 보전에 기여한다.


나무 위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오랑우탄에게 숲은 생존의 필수 조건이다. 벌목과 팜유 농장 조성을 위한 개간, 산불로 서식지가 훼손되고 단절되면서 오랑우탄의 이동 공간도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팜유 생산을 위해 도로 등 기반 시설을 건설하고 숲을 기름야자 재배지로 바꾸면서 숲이 조각나고 파괴되는 것이다.


세계자연기금


서식지 단절은 오랑우탄 개체군을 고립시켜 짝짓기 기회를 감소시키고 유전 다양성을 약화시키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세계자연기금은 기후변화로 인한 극한 기상과 자연재해도 추가적인 위협 요소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1월 수마트라섬에 발생한 폭우와 산사태로 타파눌리 오랑우탄 약 58마리가 희생됐는데, 전체 개체 수가 800마리 수준임을 고려하면 단 한 번의 자연재해가 개체군에 심각한 타격을 준 셈이다.


세계자연기금은 "다양한 위협으로부터 오랑우탄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개별 개체뿐 아니라 이들이 안전하게 이동하고 번식할 수 있는 '연결된 숲'을 보전하는 종합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세계자연기금


1970년대부터 오랑우탄 보전 활동을 펼쳐온 세계자연기금은 핵심 과제로 끊어진 숲을 다시 잇는 작업을 제시했다.


실제로 이들은 2007년 말레이시아 보르네오섬 사바지역의 부킷 피톤에 34만5000그루의 나무를 심어 2400여㏊의 숲을 복원했다. 10년간 모니터링 결과 복원된 숲에서 오랑우탄 400마리가 서식하는 것을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