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8월 19일(수)

정부 동물병원 진료비 전면 공개 추진에 수의사회 반발

농림축산식품부가 개별 동물병원별 진료비 공개를 의무화하는 법 개정에 나서자 대한수의사회가 절차적 부당성과 실효성 부족을 이유로 제동을 걸었다. 단순 가격 고지만으로는 공적 건강보험 지원이 부재한 동물의료의 근본적 비용 구조를 개선하기 어렵고 오히려 진료 현장의 혼란만 부추긴다는 지적이다.


대한수의사회는 오늘(18일) 경기 성남 호텔 스카이파크 센트럴 서울 판교에서 긴급 임시이사회를 소집하고 농식품부의 '수의사법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안'에 대한 대응 방안을 의결했다. 지난 6일 입법예고된 개정안은 기존의 지역별 진료비 통계(최저·최고·평균치) 안내 방식을 넘어 개별 병원 단위의 진료비를 전면 공개하는 내용을 담았다.


수의사회는 현장 수용성을 무시한 정부의 일방적 행정 절차를 지적했다. 진료비 공개 관련 정부 용역에 참여하는 등 협력해 왔으나, 개별 병원 단위 공개라는 핵심 변경 사항에 대해 사전 협의가 전무했다는 입장이다.


박철 대한수의사회 공보부회장이 긴급 임시 이사회 후 회의 내용을 브리핑하고 있다. ⓒ 뉴스1 한송아 기자


박철 대한수의사회 공보부회장은 "제도를 실제 수행해야 하는 당사자인 만큼 입법예고 전 수의사회의 의견을 묻는 절차가 있었어야 한다"며 "수의사회도 무조건 반대만 할 수 없기에 일정 부분 협의하면서 제도가 정착할 수 있도록 노력하려 했는데 너무 일방적으로 추진됐다"고 밝혔다. 이어 "농식품부가 대한수의사회를 협상 파트너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줄 최소한의 변화된 안을 가져오길 기대한다"며 "협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정부와의 기존 협력 방식을 재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수의사회는 개정안에 대한 공식 반대 검토 의견을 정부에 제출하는 한편,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의원 면담 및 농식품부 장관 면담을 추진해 제도 수정을 압박할 방침이다.


진료비 단순 게시가 보호자의 실질적 비용 부담 완화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실효성 문제도 제기됐다. 동물의료는 환자의 연령, 체중, 기저질환, 마취 위험도 등에 따라 투약과 처치 범위가 달라지므로 정형화된 단일 가격 제시가 불가능하다는 논리다.


10㎏ 반려견의 중성화 수술을 진행할 때도 기저질환 유무에 따라 수술 전 검사와 마취 모니터링 강도가 달라져 최종 청구액에 차이가 발생한다.


박 부회장은 "가격을 게시하면 보호자는 그 가격으로 진료받을 수 있다는 예측 가능성을 갖게 된다"며 "하지만 실제 진료에서는 반려동물마다 상황이 달라 공개된 가격과 최종 진료비 사이에 차이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격 오차로 인한 보호자와 수의사 간 불필요한 마찰만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사람의 의료체계와 달리 동물 진료비에 건강보험 같은 공적 재정 투입이 전혀 없는 구조적 한계도 짚었다.


고가 장비를 활용하는 CT 검사의 경우 동물은 전신 마취와 장시간 모니터링이 필수적이라 사람보다 하루 검사 환자 수가 극히 제한된다. 이에 따라 검사 1건당 발생하는 기본 원가 구조가 다를 수밖에 없다.


박 부회장은 "사람의료와 비교해 동물병원비가 비싸다고 하면서 가격을 낮추라고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충족하기 어려운 요구"라며 "진료비 부담을 국가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로 본다면 정부 역시 비용을 투입해 필수적인 동물의료 항목에 대한 공적 지원 등 제반 시스템을 마련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