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관저 이전 감사 무마 의혹으로 구속 기소된 유병호 감사원 감사위원이 실무진의 현장 조사 난항 보고를 받고도 "대통령 권위는 손상되지 않도록 하라"며 사실상 축소 감사를 종용한 정황이 드러났다.
2차 종합특검(특별검사 권창영)이 유 위원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기며 작성한 공소장에 따르면, 유 위원은 감사원 사무총장 시절이던 지난 2023년 2월 대통령비서실과 대통령경호처의 비협조로 감사가 불가능하다는 보고를 수차례 접수했다. 당시 수석감사관은 "자료도 제출되지 않고, 감사팀이 현장에도 못 가게 막고 있다"며 "이대로는 감사 수행이 불가하다"고 보고했으나, 유 위원은 "현장 상황은 알겠다. 원칙대로 감사하라"면서도 "그래도 대통령 권위는 손상되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감사 방식에서도 이례적인 조치가 잇따랐다. 유 위원은 같은 달 중순 감사원 출신 대통령실 관계자로부터 "문서로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것에 대해 대통령실에서 언짢아한다"는 반응을 전해 들은 뒤, 이튿날 감사단장을 집무실로 불러 "대통령실에 문서(공문)로 자료 제출을 요구하지 말라"고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평소 피감기관이 비협조적일 때 공문을 거듭 보내 증거를 남겨야 한다고 강조해 온 본인의 지침을 스스로 뒤집은 셈이다. 특검은 유 위원이 대통령비서실과 공사업체 21그램 관계자들에 대한 대면 조사를 원천 차단하고 서면 조사로 대체하도록 감사팀을 압박했다고 판단했다.
내부 인사 전횡 정황도 함께 확인됐다. 유 위원은 마음에 들지 않는 직원들을 두고 "대청소해야 한다"고 언급하며, 지난 2023년 1월 직원들의 전년도 인사 평정 서열을 임의로 수정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사무총장은 평가 결과를 검토·결재할 권한만 있었을 뿐 개별 서열을 바꿀 권한은 없었다.
특검은 관저 이전 감사 결과를 고의로 축소·은폐하려 한 혐의로 지난 7일 유 위원을 구속 기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