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전 중국 쓰촨성에서 가난한 아버지가 두 살 난 딸을 위해 무덤을 판 사연이 당시 큰 충격을 안겼다.
아이는 중증 지중해빈혈을 앓고 있었고, 치료비를 감당할 수 없었던 아버지는 딸의 죽음을 준비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 절망적인 이야기는 예상치 못한 반전을 맞았다.
지난 13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쓰촨성 네이장에 사는 장신레이의 사연을 보도했다. 장신레이는 생후 두 달 만에 선천성 중증 지중해빈혈 진단을 받았다.
지중해빈혈은 헤모글로빈 생성에 필요한 유전자 이상으로 발생하는 혈액질환이다. 중증 환자의 경우 정기적인 수혈이 필수이며 성장 지연과 심장을 비롯한 주요 장기 합병증 위험이 따른다. 조혈모세포 이식이 근본 치료법이지만 적합한 공여자를 찾기가 쉽지 않다.
신레이는 성장 과정에서 감염과 폐렴으로 병원 입원을 반복했다. 아버지 장리융은 지역 유리공장에서 일하며 한 달에 약 2500위안(당시 약 40만~50만원)을 벌었다. 그러나 딸의 치료비로 2년간 약 14만 위안(당시 약 2700만원)을 지출하면서 부부가 모은 돈은 모두 소진됐다. 더 이상 치료비를 마련할 방법이 없었다.
장리융은 2017년 6월 딸이 두 살이었을 때 자신의 땅에 작은 무덤을 팠다. 그는 딸을 무덤 안으로 데리고 들어가 함께 누워 있곤 했다. 딸이 죽음을 맞이하게 될 때 갑작스러운 충격보다는 미리 익숙해지는 것이 덜 두렵게 만들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사진과 사연이 온라인에 퍼지자 중국 사회는 격렬한 논란에 휩싸였다. "어린 아이에게 죽음을 준비시키는 것이 옳으냐"는 비판과 "딸을 끝까지 살리려 했던 아버지의 절박한 선택"이라는 동정이 교차했다.
사연이 알려지면서 많은 이들의 관심이 쏟아졌고 온라인 모금이 시작됐다. 치료를 이어갈 수 있게 되면서 신레이에게 희망의 불씨가 살아났다.
2017년 8월 여동생이 태어나면서 기적 같은 전환점이 찾아왔다. 가족은 여동생의 제대혈을 보관했고, 신레이는 이를 이용한 8시간의 제대혈 줄기세포 이식 수술을 받았다.
딸이 건강을 되찾자 장리융은 직접 무덤을 메웠다. 그 자리에는 해바라기와 각종 꽃들을 심었다. 한때 딸의 죽음을 준비하던 공간은 이제 딸의 생명을 축하하는 꽃밭으로 변했다.
2017년 당시 장리융의 선택은 중국 사회에서 "아이에게 죽음을 가르치는 것이 옳은가"라는 뜨거운 논쟁을 일으켰다. 딸이 살아남은 지금, 그 무덤은 가족이 절망 속에서도 치료를 포기하지 않았던 시간을 증명하는 공간이 됐다.
국내에서도 지중해빈혈은 국가관리대상 희귀질환으로 지정돼 관리되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알파·베타 지중해빈혈과 중간형·중증 지중해빈혈 등이 포함되며 빈혈과 피로, 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중증 환자는 지속적인 수혈 등이 필요해 장기 치료에 따른 경제적·심리적 부담이 크다. 정부는 희귀질환자의 치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의료비 지원사업을 운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