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스포츠웨어 브랜드 나이키의 주가가 12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중국 시장에서 현지 브랜드에 밀리는 데다 신흥 러닝화 브랜드에 점유율을 빼앗기면서 실적 부진이 이어지는 여파다.
지난 17일(현지 시간) 뉴욕증시에서 나이키는 전 거래일보다 4.03% 하락한 39.09달러에 장을 마감했다.이는 2014년 9월 이후 12년 만의 최저 종가로, 2021년 11월 기록한 사상 최고가(177.51달러) 대비 78% 급락한 수치다.
실적 악화는 연간 매출 추이에서 고스란히 나타난다. 2024 회계연도에 513억 6200만 달러로 정점을 찍었던 매출은 2025 회계연도 463억 달러로 10% 가량 줄어든 뒤, 2026 회계연도에도 464억 달러에 그치며 정점 대비 약 10% 감소한 상태에 머물러 있다.
가장 큰 타격은 핵심 시장이었던 중국에서의 부진이다. 2026 회계연도 중국 매출은 58억 5,000만 달러를 기록했으며, 지난 5월 말 종료된 4분기 중국 매출(약 13억 달러)은 전년 동기 대비 12% 감소해 8개 분기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과거 성장을 견인했던 중국 시장에서 안타스포츠, 리닝 등 현지 업체들의 제품 경쟁력 강화와 애국 소비 트렌드로 입지가 좁아진 데다, 7월 중국 소매판매 증가율(전년 대비 0.6%)이 시장 예상치(1.5%)를 대폭 밑도는 등 전반적인 소비 둔화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나이키는 내년 1월부터 일부 대형 유통 파트너의 온라인 판매를 중단하고 자체 플랫폼과 티몰·징둥닷컴·더우인 등 공식 매장 중심으로 유통망을 대규모 개편해 가격 통제력을 회복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JP모건은 이 같은 유통망 재편으로 약 10억 달러 규모의 매출 손실이 발생할 수 있고 미국 매장 구조조정 여파까지 장기화될 수 있다며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비중축소'로, 목표주가를 47달러에서 40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JP모건은 이러한 턴어라운드 비용이 2027년 하반기와 2028 회계연도 실적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했다.
실적 회복 속도 역시 더디다. 2026 회계연도 전체 매출은 환율 영향을 제외하면 전년 대비 2% 감소했고, 순이익은 31억 달러로 3% 줄었다. 4분기 주당순이익(EPS)은 0.72달러를 기록했으나, 이는 과거 납부한 IEEPA 관세 9억 8600만 달러를 환급받아 주당 0.52달러의 일회성 이익이 반영된 결과다. 야후파이낸스는 이를 실적 개선으로 보기 어려운 왜곡된 수치로 분석했으며, 관세 환급 이익을 제외하면 향후 3개 분기 동안 주당순이익 변동이 없을 것이라는 관망도 나온다.
체질 개선 전략의 실패도 발목을 잡았다. 나이키가 도매 유통망을 줄이고 직영(D2C) 중심으로 전환하는 동안 경쟁사들이 공백을 파고들었다. 러닝화 분야에서는 온(On)과 호카(HOKA)가 급성장했고, 중국에서는 현지 브랜드들이 빠르게 시장을 점유했다. 비록 2026 회계연도 도매 매출은 275억 달러로 전년 대비 6% 증가하며 반등 기미를 보였으나, 정작 공을 들인 직접판매(나이키 다이렉트) 매출은 177억 달러로 6% 감소했다. 특히 중국 내 온라인 직접 판매 매출은 29%, 중화권 영업이익은 20% 감소했다.
이에 엘리엇 힐 최고경영자(CEO)는 러닝과 농구 등 핵심 분야 집중 및 도매 파트너십 복원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미 투자전문매체 24/7월스트리트는 "중국 현지 브랜드의 빠른 성장으로 미국 브랜드가 누리던 프리미엄이 약해졌다"며 나이키가 고재고와 치열한 경쟁으로 회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평가했다.
에버코어 ISI의 마이클 비네티 애널리스트는 "가까운 시일 내에 매출이 전환될 조짐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며 "현재 2027 회계연도 주당순이익 컨센서스의 22배인 주가수익비율을 상향 조정할 만한 명확한 이유는 없다"고 진단했다.
오랜 기간 나이키의 간판 모델로 활동해온 NBA 스타 르브론 제임스은 야후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나이키 부진에 대해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